강원도(동해시 묵호 (논골담길) 2
위치: 강원도 동해시 해맞이길(묵호등대)
묵호항은 한 때 잘나가던 항구다 거리의 개들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 고 할정도로
사람들이 많고 밤새 불빛이 꺼지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1980년대 이후 사람들이 떠나고 불빛도 하나 둘 꺼지며 옛시절 이야기와 희망 없는
미래만 남았던 이곳에 요즘 사람들이 모여든다.
묵호등대마을에 지난 2010년 논골담길이 만들어지면서 입소문이 났기때문이다.
논골담길 여기저기 벽화가 있지만, 이곳이 벽화 마을은 아니다.
벽화는 묵호항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구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공공 미술 공동체 마주보기 회원들과 마을 사람들은 2010년
잊혀가는 묵호를 재발견하자는 취지로 마음속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전을 부쳐 먹으며 즐기고,
한쪽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가르쳤다.
논골담길 프로젝트는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이 직접 그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
논골1길과 3길, 등대오름길로 구성된 논골담길은
어느 곳으로 올라가도 묵호등대에 닿는다.
거미줄처럼 얽힌 마을 길을 빠짐없이 둘러봐야 묵호등대마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림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묵호등대마을의 역사는 묵호항이 열린 19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험한 뱃일이나
모진 허드렛일을 마다치 않은 사람들이 모여 묵호항이 가까운
언덕배기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하면서다.
삼척과 태백의 석탄, 동해에서 생산된 시멘트를 실어 나르면서
묵호항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사람들이 몰렸고, 언덕에는 벽돌과 슬레이트로 지은 집이 들어찼다.
아랫마을에는 뱃사람들이, 윗마을에는 덕장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살았다고 한다.
돌담에 취나물이 곱게 피었다
논골1길로 올라가서 바라본 건너편 마을이 아름답다
아주 작은 커피집인데 너무 예쁘다
논골담길 정상에는 널찍한 공간과 함께 등대가 하나 있다.
묵호등대가 있는 묵호등대해양문화공간이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시비 너머로 1963년
처음 불을 밝힌 높이 21.9m의 묵호등대의 모습이 나선다.
묵호등대의 나선형 계단을 숨 가쁘게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일망무제의 바다, 청옥산과 두타산의 백두대간 능선이 거침없이 이어진다.
묵호등대는 영화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1968년 신영균·문희가 주연한
〈미워도 다시 한번〉의 촬영지로, 묵호등대 앞마당에는
영화의 고향 기념비가 세워졌다.
〈미워도 다시 한번〉 이후 40년이 지나 묵호등대를 알린 드라마가 있으니
이승기·한효주가 주연한 〈찬란한 유산〉이다.
묵호등대에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드라마에 나온 출렁다리를 만난다.
출렁다리에서 해안도로로 내려가거나
다리를 건너 직진하면 서울 남대문의 정동쪽으로 알려진 까막바위에 이른다.
아주 작은 카페가 참 아름답다
하늘위의 카페라 할만큼 높은자리에 자리한곳
아래로는 시퍼런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가 펼쳐진다
이승기·한효주가 주연한(찬란한 유산)에 나왔다는 출렁다리이다
사진찍기도 찍히는것도 싫어하는 재훈할아버지
기념사진 한장 찍으랬더니
마누라를 이렇게 크게 찍어놓았다
애고.~~
출렁다리에서 언덕을 내려갔더니
바로 바다에 닿았다.
파도가 얼마나 세던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아름답다
바다를 바라본 후 다시 등대가 있은 언덕을 올라가는길
이곳의 벽화들은 미술학도들이나 전문인들이 그린것이 아닌
동네사람들이 그림을 배워 직접 그린그림이란다
그림이 많지는 않지만 그림 하나하나가
묵호항에 얽힌 역사를
그려낸 것이라고 하니 지역주민들의 동네에 대한 애착이 느껴진다
정상인 등대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풍경들
지는노을을 받아 더욱곱게 물든 나팔꽃
앞서가다가 사진찍는 마눌 기다리는 재훈할아버지
이 그림을 알려주려고 기다렸다고한다
논골담길에는 텃밭이 많다. 잡초가 무성한 곳도 있지만, 고추와 가지, 호박 등
묵호등대마을의 소박한 삶을 키우는 텃밭도 제법 보인다.
묵호등대마을은 올해 묵호등대마을 논골담길 텃밭
재생 프로젝트 에 선정되어 4년 연속 국가 공모 사업에 선정되었다.
에코, 힐링, 여행, 유산 등의 테마로 채소와 꽃을 소재로
다양한 텃밭을 재생할 계획이어서 논골담길의 풍경이 더욱 화사하고 밝아질 것 같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이렇게 의자가 놓여 있다
힘들게 올랐으니 쉬어가라고
뉘엿뉘엿 지는해를 바라보니 너무 아름답다
경사진곳을 할머니가 올라오면서 너무 힘들어 하신다
얼른 가서 받아드린것은
다름아닌 고구마이다.
얼마나 경사가 심한지 아래를
가리키는 할머니 텃밭에서 고구마를 켓다고 하신다
무거운 고구마를 받아드렸더니
고맙다고 하시면서
힘이부쳐 그자리 주저앉아계신 할머니
이곳의 집들은 모두가 경사가 심한곳에 지어져 있고
아주 작은것이 특징이다
재훈할아버지같이 키가 큰 사람은
머리가 부딛힐정도로 집들이 자그마하다
이렇게 경사가 심한 높은곳을 어떻게
오르내리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한겨울 눈보라가 치고 눈이 내리면 어떻게 다닐 수 있는지...
묵호등대마을의 벽화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오징어와 명태, 장화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는 오징어와 명태를 말리는 덕장이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묵호항으로 들어온 오징어와 명태를 지게나 빨간 고무 대야에 담아 덕장으로 날랐다.
언덕 꼭대기 덕장으로 오르는 길은 늘 질퍽해서
묵호등대마을 사람들은 마누라 남편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고 했을 정도다.
지금은 시멘트 길이지만 당시에는 흙길이어서
논처럼 질퍽거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논골이란 이름도 거기에서 유래했다.
어린시절 울타리에 버티고 서있던 탱자나무
탱자가 주렁주렁 많이도 열렸다
정말 오랫만에 보는 탱자이다
어린시절 귤이 없었으니
겨울이면 이 탱자를 가지고 차를 끓여마시기도 했었는데
무지 시큼했던 기억이 남아있는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탱자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