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옆에서
ㅡ서정주ㅡ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이같이 생긴 꽃이여.
노 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아파트 화단엔 국화꽃이 갖가지
예쁜 빛깔로 곱게 피어서
그윽한 향기로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네요.
고운 그 색깔만큼이나
향기도 그윽한 국화가
가을이
깊어 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고요.
저 국화꽃 그윽한 향기처럼
이 가을 뜨락 가득 행복이 넘치는
삶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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