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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나의 이야기(추억노트)

추억의 감꽃

by 밝은 미소 2019. 5. 28.

 

 

 

 

탄천에 운동을 나가는 길에 무언가 머리위로 뚝 떨어져 이내 땅바닥에 뒹군다. 

걷던 걸음을 멈추고 보니 감꽃이 땅바닥에 소복하게 쌓여있다.

~ 이 떨어진 감꽃은 내 어린 시절 좋은 장난감이었는데

하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니 감 꽃이 연신 바닥으로 떨어진다.

 

 

감나무하면 어린 시절 가장 추억이 많은 나무가 아닌가 싶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친정아버지 생각에 금새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린 시절 내 고향 공주 정안은 유난히 감나무가 많았다.

지금은 공주 정안하면 밤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내 어린 시절만 해도 밤은 그저 한집에

몇구루씩 있었지만 감나무는 집안으로 밭으로 온통 감나무 밭이었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가을에 감이 붉게 익으면 아버지가

대나무로 된 높은 장대를 끝에 갈라져 있는 곳을 이용하여

높다란 감나무에 달린 감들을 따서 항아리에 꼭지를 딴

감들을 담고 따스한 물을 항아리에 채우고 나서 이불로 덮어놓고

하룻저녁을 자고 나면 꼭 단감처럼 달달 한 감이 되어 떫은맛은

모두 사라진 감을 시장에 팔아서 공주 하면 월하감으로 유명세를 탔다.

 

 

내어린 시절엔 지금 대봉감종류처럼 큰 감도 있었고 단감을 닮은 감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알아주지도 않고 오직 월하란 이름의 감이 비싼 값에 팔렸다.

집주변이 모두 감나무였던 탓에 감은 우리의 좋은 간식거리였다.

그 감을 아버지는 늦가을 무서리가 하얗게 내려 감의 떫은 맛이

좀 사라지면 사과궤짝에 감한켜 볏짚한켜씩 담아서

 광에 넣어두면 추운 한겨울 감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한겨울 엄마가 일일이 하나하나 감 껍질을 벗겨 말랑말랑 말렸다가

주었던 곶감과 함께 우리의 맛있는 간식거리가 되어주었던게 바로 감이다.

 

 

그래서 감이 익는 가을과 감 꽃이 피는 봄날이면 아버지가 유난히 생각이 난다

감나무가 다른 나무와 달리 잘 부러져 아버지는 늘~ 다친다고 

우리에게 절대 감나무엔 올라가지 못하게 금지령을 내리시곤 하셨었다.

그래서 감나무에 올라가지 못하고 늘~

감나무 아래  빨갛게 떨어지는 연시를 주워담았던 기억이 난다.

가끔은 큰 장대를 가지고 높은 곳의 연시를 따다가

장독대를 깨드린 기억도 있지만.~~

그리곤 감 꽃이 떨어지면 작은 감꽃을 주워 실에 꿰어

 꽃 목걸이를 만들어 목에 걸었던 추억의 감꽃 그 감 꽃을

바라보면서 지금은 뵐 수 없는 가슴속에 살아계신 친정아버지가 한없이 그리워진다.

 

 

 

 

 

 

 

 

 

 

 

 

 

 

 

 

 

 

 

 

 

 

 

 

 

 

 

 

 

 

 

 

 

 

 

 

 

 

 

 

 

 

 

 

 

 

 

 

 

 

 

 

 

 

 

 

 

2019년 5월22일 탄천가는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