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양장구체)
양장구채
들꽃 마저 없다면 /윤석구
들꽃향기 날리는
들 숲에서나
물소리 흐르는
개울가에서나
외롭고 쓸쓸함이 가득 베어있다
아무도 눈길 닿지 않는
깊은 숲 속의 바위 밑에
소리 없이 피고 지는 들꽃 향기
외로운 갈바람에 날리며
이름 모를 야생화에도 가을은 찾아왔다
들꽃 마저 없다면
이 적막한 계절을
어찌 살 뻔했으랴
시리고 푸른 하늘
잘게 부서져 내리는 햇살아래
들꽃 한 송이 묻어 주고
갈바람이 불어도
조금은 외롭지 않게
조금은 쓸쓸하지 않게
꽃잎 지는 비탈진 언덕에 올라
그리움보다 더 깊은
사랑의 노래를 부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