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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나의 이야기(추억노트)

아름답던 고향이 이렇게 변해버렸네

by 밝은 미소 2012. 7. 21.

 

멀리 휴계소가 보이고 친정동네로 들어가는 길목이 보인

 

 

 

 

이 휴게소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고향동네가 있다

 

 

 

 

동네 어귀에서 바라보면 한폭의 그림같이 아름답던 고향동네가 이렇게 변해버렸다

 

 

 

 

 

 

 

 

 

봄이면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가 만발하고

초가지붕 굴뚝에선 저녁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던

꼭 그림 같던 고향동네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가 동네를 가로질러 가면서

고속도로를 받쳐주는 흉물스런 기둥으로 이렇게 변해버렸다

지금도 고향집을 찾아 동네 어귀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던 풍경들이 변해

흉물스런 기둥들이 눈에 들어와서 볼 때마다 아쉽고 속상하다.

 

 

 

모내기전 사진이라서 더 휭한 모습이다

 

 

 

 

 

 

 

 

 

 

 

 

 

 

 

 

 

 

 

 

 

 

 

 

 

 

 

매엠 매엠 매에맴 ~ 아침부터 왠 매가가 베란다 모기장에 붙어 울어댄다.

시원한 나무 그늘도 있으련만 붙어 있기도 힘든 모기장에 붙어서 울어댄다.

그래도 이 더운 여름날 매미 울음 소리가 청량제가 되어준다.

 

매미울음 소리에 50여년 전의 고향으로 달려가본다.

우리가 어렸을 적엔 이 무더운 여름날 선풍기 바람이 없이도 잘도 견디었건만

지금은 사치일까 변덕일까

조금의 더위에도 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니

나 어릴 적 이렇게 무더운 여름 밤 별빛 쏟아지는 마당에 멍석을 깔고

멍석 옆 모닥불 속에서는 감자가 익어가고 화롯불엔 한아름 쑥을 뜯어 얹어놓아

쑥 내음의 연기로 모기를 좇으면서

옥수수 한 소쿠리 쩌놓고 멍석 위에 큰 대자로 누워

금방이라도 머리위로 쏟아질 것만 같던

수 많은 별들을 헤 이던 여름 밤의 그 때가 그리워진다.

 

그때는 정말 오염되지 않은 시절이라서 여름 밤이면 유난히도 별들이 반짝이고

가까운 산에서 들짐승들이 내려와 서글프게 울어대곤 하였고

깜깜한 칠 흙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 반짝 반딧불이가 참 많이도 빛나곤 하였었는데

그러나 지금은 농촌에도 오염되어 그 흔하던 반딧불 이가

서식을 하지 못하는 곳이 되어버렸으니...

초가지붕엔 박 덩굴이 널리고 밝은 보름달처럼 둥근 박이

지붕 위에서 달빛을 받고 달빛에 비추어 희디 흰 박꽃이

유난히 맑게 보이던 밤 부엉이와 서쪽새가 울어대던 밤도 내사 무섭지 않았었다.

 

줄줄이 굽어간 은하수를 넋을 잃고 바라보던 그 아름답던 기억들이

때로는 포근한 그리움 되고

때로는 서러운 그리움 되어 이 작은 가슴에 파도 쳐 밀려오곤 한다.

 

지금 창문으로는 푸르름이 넘치는 칠월의 나뭇가지 짙푸르러 눈이 시리다

이글 거리는 시뻘건 저 태양도 바로 젊음이겠지

나의 젊음은 어디로 가고 무딘 가슴으로

흙 냄새 지고 풀 내음 싣고 가만히 사립문 열어놓고

마당에 멍석 깔아 놓고 누워 별을 헤이던

그 때의 옛 이야기들 만이 남아 나날이 생생한 기억 속에서 부질없이 나를 울린다.

 

어린시절 그 아름답던 고향은 변해버려 그림처럼 아름답던 그 고향뒷산으로는

고속도로가 지나가버려 낯선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러나 어디 변한 것이 고향마을 뿐이겠는가!

어린시절 사립문 열어놓고 마당에 멍석 깔고 그 옆에 모깃불 놓고

감자 구워 먹으면서 금방이라도 머리위로 쏟아질 것 같은 별빛 바라보면서

손가락에 곱게 봉숭아 물들여 주시던

울 아버지도 이젠 9순을 바라보시는 모습으로 변해버렸는데...

이제 언제 이 땅을 떠나실지 모르는 울 엄마 아버지

어린 시절 봉숭아 꽃 곱게 찧어 손가락에 물들여 주시던 울 아버지는

늙어 호호 할아버지 되어버리고

우리 집 마당 가엔 올해도 변함없이 봉숭아 꽃이 붉게 피어있을 텐데

올 여름에는 친정 집에 내려가 여름 밤 마당에 멍석 깔고 붉은 봉숭아 꽃으로 손톱에 곱게 물들여 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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