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네살박이 손녀딸
손바닥만 한 감나무 잎새위에
소올솔 바람 한 자락
세세한 사연을 적고 있다.
한여름 뙤악볕
빨랫줄에 춤추는 옥양목홑이불처럼
마음속 찌꺼기를 널어보라고,
햇볕에 온몸을 드러내며
알알이 익어가는 포도송이처럼
땀방울도 향기가 되도록
삶의 돌층계를 올라가보라고
오르다 힘들면 층계참에앉아
아이처럼 깔깔깔 웃어보라고.
여름 해질녘
짙푸른 바닷물의 끊임없는 침묵처럼
엎드리고 또 엎드려
기도를 들어보라고.
팔랑거리는 잎새마다
빼곡히 적힌 바람이야기
눈이 부시다
여름 한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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