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하늘은 거기에 그대로 있건만>
매엠 매엠 매에맴...이른 아침부터 왠 매미가 베란다
창문 모기장에 바짝붙어 울어댄다.
시원한 나무 그늘도 있으련만 붙어 있기도 힘든 유리문
모기장에 붙어저리 울어대는걸까?
집주인 아줌마의 가슴 저 밑에 자리잡고 있는 추억을
꺼내보라고 날 부르는걸까?
그래도 이 더운 여름날 매미 울음 소리가 청량제가 되어준다.
매미울음 소리에 40여년 전의 고향으로 달려가 본다.
우리가 어렸을 적엔 이 무더운 여름날 선풍기바람이 없어도
잘도 견디었건만 지금은 사치일까 변덕일까?
조금의 더위에도 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니
나 어릴 적 이렇게 무더운 여름밤 별빛 쏟아지는 마당에
멍석을 깔고 멍석 옆 모닥불 속에서는 감자가 익어가고
화롯불엔 한아름 풀잎 얹어 놓아 풀 내음의 연기로 모기를
좇고 옥수수 한 소쿠리 쪄놓고 멍석 위에 큰 대자로 누워
금방이라도 머리위로 쏟아질것만 같던 수많은 별들을
헤이던 여름밤의 그때가 그리워진다.
초가지붕엔 박 덩쿨이 널리고 부엉이가 우는밤도 무섭지 않았지
줄줄이 굽어간 은하수에 넋을 잃고 바라보던 그 아름답던 기억들...
때로는 포근한 그리움 되고 때로는 서러운 그리움 되어 이 작은
가슴에 파도쳐 밀려온다.
프르름이 넘치는 칠월의 나뭇가지 짙푸르러 눈이 시리다.
이글거리는 시뻘건 저 태양빛도 바로 젊음이겠지
나의 젊음은 어디로 가고 무딘 가슴으로 흙 냄새 지고
풀 내음 싣고 가만히 싸립문 열어놓고 마당에 멍석을
깔아 놓고 누워 별을 헤이던 그때의 옛 이야기만이
가슴에 남아 나날이 생생한 기억 속에서 부질없이
나를 울린다.
세월의 연륜 속에 늙어 가는 이 모습도 그런대로 아름다움이
간직돼 있으련만 아직도 꿈속에선 배고프고 애닯던 그 힘든
시절의 고향 들판을 헤메이고 있으니 정녕 고향은 어머니
품속 같은 것이리.
지금도 꿈속에서 헤메는 두메골 앞 뒷산으로 가로막혀 있는
조그만 마을의 산에서는 산딸기 빨갛게 무르익어 가고 있겠지.
산과 들을 헤메며 꿈을 함께 키우던 그 친구들은 모두 어디 갔는가
정신분열증,사업의 실패, 병마와 힘들게 싸우고 있는 모습, 무엇이
급해서 그리 빨리 이 세상을 등진 친구.
바람 타고 들리는 소문은 내 가슴을 아프게 때린다.
이제는 자녀들 출가시켜 놓으면 그 옛날 어려웠던 그 시절 이야기 하며
호젓한 고향 품에 안겨 이 같은 여름밤 멍석 깔아놓고 어릴적
별을 헤이듯 함께 별을 헤아려 볼수도 있으련만...
세월은 우리를 그대로 붙잡아 두질 않고 우릴 기다려주지 않는구나.
그래!
참된 우정은 장미처럼 매혹되지도 않고 양귀비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오직 밝은 달밤에 피어나는 하얀 박꽃처럼 우리들의 마음속에
피어있는 한 떨기 꽃이라했나.벗들이여 건강하소서.
행복하소서.그리고 늘 평안한 삶이 되구려.
***별빛쏟아지는 어느 여름밤***
2005,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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