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을 보면 도종환 시인님의
접시꽃당신이란 詩가 떠오른다.
부는 바람에 쓰러져 누워서
무거운 빗방울을 맺고 있는 접시꽃
접시꽃이 생각이 나서 카메라 둘러메고 동네 한 바퀴
돌아보니 벌써 접시꽃의 고운 모습은 모두 떨어지고
씨앗이 영글어 가는 씨방만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모습이라 아쉽지만 그냥 들어왔다가 엊그제 비가
오다 잦아들기에 화단으로 나가니 그 큰 키가 부는
바람에 휘청이며 흔들리니 맺혔던 빗방울이 주루르~
흐르고 있는 모습에 남아있던 꽃송이를 찾아 비에
흠뻑 젖은 접시꽃을 담았다.
더운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면 고향집 엄마 꽃밭과
채마 전 그리고 담장엔 그 큰 키를 흔들며 꽃을
피우던 접시꽃은 그 큰 키를 흔들면서 많이도 달려
오래도록 꽃밭 가장자리와 장독대 돌 틈 사이에
키가 작아 땅에 붙어 피던 채송화꽃과 여름이면
우리들 손가락에 온통 붉게 물들여 주던 봉숭아꽃과
함께 엄마 꽃밭을 흐드러지게 물들여놓던 꽃인데
엄마 손에서 곱자 자라 꽃을 피우던 접시꽃은 피었다
다 지고 있는데 울 엄마는 이 접시꽃이 피는 줄도
모르고 오늘도 누워서 벽에 걸려있는 아버지 사진만
쳐다보시며 중얼거리고 계실 엄마가 생각나 빗속에서
눈물이 주루르~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마치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리며 비에 흠뻑
젖어 무거워 휘청이는 접시꽃처럼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