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늘말나리
야생화 / 최 종일
나만
곱다고
가까이 오시더니
입술에
꽃술에
맞춤 하시더니
꽃만 꺾어
떠나시는
야속한 님이시여
남은 뿌리
서러워
눈물 납니다.
*****
집뒷산 등산로 옆에 하늘말나리가 줄지어 피어있다
지난번 같은 12송이나 달린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얼마 전 해마다 피는 그 자리에
아름답게 피었을 꽃을 기대하면서 산엘 올랐는데
꽃송이만 매달리고 아직 피질 않아서
며칠 있다 옆 지기 보고 길옆에 꽃이 있는 장소를 설명하고
피었는지 보고 오라 했더니 아무것도 없다고...
누가 꺾어갔나 아님 옆 지기가 찾질 못하나 하고 다시 그 길을 올라가봤더니
누가 꽃송이를 댕강 꺾어가 버리고 말았다.
꽃송이가12송이나 매달려 연신 피고지면서 오랜 시간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을 안겨주었을 텐데
몇 송이 아름답게 핀 그 꽃을 혼자만 보겠다고
꺾어가 버린 사람의 양심은...
길옆에 피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온몸에 받아야 하기에
위험하다 싶었는데 12송이 중 겨우
2~3송이 피었을 그 소담한 꽃송이를 댕강 꺾어가 버리고
등산로에서 좀 떨어진 숲이 우거진 산속에 피어있는 꽃들이 피어서 나를 반긴다.
왜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혼자만 소유하려고 할까
자신이 심어놓은 것도 아니고 홀로 산속에 피어있는 그 아름다움을
함께 즐기는 여유로움으로 바라보면 좋으련만...
일주일전 탄천가에도 주홍빛 아름다운 원추리가 딱 한 송이 피어있어
망울 망울 꽃송이가 소담하게 달려있는 꽃이 아름답게 피었을 것을
기대하면서 갔지만 보이질 않아서 내가 위치를 잘못 봤다 싶어 오고 가며
살펴보니 꽃송이를 꺾어간 모습이 3개가 보인다.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사람들의 욕심에
시인이 읊은 것처럼 꽃만 꺾어 떠나간 야속한 님 때문에 남은 뿌리 서러워 눈물 흘리지 않으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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