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썰물처럼 빠져나간뒤 20명이 북적대며
어지럽혀진 집안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나니
한꺼번에 누적된 피로가 밀려오고
혼자 있다는 쓸쓸함보단
명절뒤의 피로가 날 더 힘들게 한다.
벌써 결혼 34년 매번 겪어오는 명절이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인지
몸이 예전같지가 않다.
힘든줄도 모르고 해냈던 그 일들이
이제는 자꾸만 꾀가나고
그래서 나이먹으면 서럽다구 하였던가.....
나 뿐아니라 아마도 지금쯤 전국에서
명절쉬고 난 며느리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울 남편 송편만드는데 한참을 옆에서 지켜보드니
며느리들 명절 스트레스 많이 쌓인다고 하던데...
울 남편의 그말을 받아
울 막내동서 하는말
내년부턴 남자들이 송편 만들어요한다.
우리집 남자들 충청도 남자들이라
부엌에 들어가면 큰일이나 나는줄 알고
그냥 30년 넘게 그렇게 살아왔는데
이제와서 낼모레 할아버지 될 나이에
지금와서 도와주리라 생각하는것
아마도 야무진 우리의 꿈에 지나지 않을듯...
울 아저씨 살림 도와주는것 없어서
아들녀석도 장가가면 마눌 안도와주고
해주는것 먹기만 할까봐 걱정하면서
마눌 안도와주면 밥도 못얻어먹는다고
겁도 주었었는데.....
어느날 며늘아기 와서 하는말
어머니 어제저녁엔 환상이었어요.
왜냐구 묻는 내말에
며늘아기 하는말
퇴근하고 집에 왔드니 오빠가 저녘상을 근사하게
봐놓고 촛불까정 켜놓고 한껏
분위기 잡아놓았다고 자랑이다.
그래서 아들녀석 걱정은 그날로 내려 놓았다.
명절 쉬느라고 힘은 들었지만
아들녀석 장가들고 처음 맞는 명절이라
즐거움도 두배는 되었다.
며늘아기 내미는 두툼한 흰봉투에 울 아저씨
입은 또 귀에 걸리고.....
며늘아기 만든 송편이 예뻐서 칭찬을 해주었드니
울 아들 입도 귀에 걸리고,,,,,
며늘아기 음식상 차라느라고 고생하였다구
시아버지가 건네는 흰봉투에
울 며늘아기 입 귀에 걸리고,,,,,
올 명절은 울 식구들 둥근 보름달 마냥
모두가 입이 보름달 닮아 귀에 걸린
정겹고 즐거웠던 한가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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