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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살찌우는 글들/(詩)모음95

詩가 깃든 삶 혼자 먹는 밥/송수권(1940~2016)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우리 세상에 몇 번이나 이 빈 그릇 엎었다 되집을 수 있을까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 방금 깨진 접시 하나 *********** .. 2017. 2. 10.
새해에는 새해에는/연규흠 주여! 새해에는 첫눈이 내릴 때의 하얀 설레임으로 잠잠히 당신을 바라보며 하루를 열게 하소서. 사랑한다는 빈껍데기 말만 무성했던 날들이 부끄러워 당신 앞에 울고 싶었던 그 마음을 당신의 따뜻한 빛에 쪼여 가면서 낙타의 무릎이 되게 하소서. 함께 있어도 늘 보고 .. 2017. 1. 10.
詩 가 깃든 삶 송년(送年) -김규동(1925~2011) 기러기 떼는 무사히 도착했는지 아직 가고 있는지 아무도 없는 깊은 밤하늘을 형제들은 아직도 걷고 있는지 가고 있는지 별빛은 흘러 강이 되고 눈물이 되는데 날개는 밤을 견딜 만한지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버린 아름다운 꿈들은 정다운 추억 속에만 남아 불.. 2016. 12. 30.
詩가 깃든 삶 풍경 김제현(1939년~ 뎅그렁 바람따라 풍경이 웁니다. 그것은,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 아무도 그 마음 속 깊은 적막을 알지 못합니다. 만등(卍燈)이 꺼진 산에 풍경이 웁니다. 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무상(無上)의 별빛. 아, 쇠도 혼자서 우는 아픔이 있나 봅니다. ****** 이 작품은 시조.. 2016. 11. 19.
가을의 기도 가을의 기도/연규흠 쑥내음 알싸한 모깃불 피워놓고 별이 흐르는 댓돌아래 멍석 깔고 둘러앉아 손톱에 봉숭아 꽃물들이던 그리움들이 초승달처럼 아련히 떠오르는 사색의 계절. 주여! 이 가을에는 연보랏빛 쑥부쟁이처럼 있는 그대로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토닥이게 하소서. 명주실로 .. 2016. 9. 3.
가을 가을 묵힌 추억이 자라 허한 가슴 덮을 때 설핏한 그리움이 빛바랜 아야기와 얼벨 때 허기진 영혼에게 허심히 어깨 대줄 때 무심한 채 깊은 가을이 온다. 그렇게 영근다. 2016. 9. 3.
칠월의 숲에서 칠월의 숲에서/연규흠 녹음이 짙게 드리워진 나무그늘에 앉아 바위틈에 피어난 기린초를 바라봅니다. 그다지 예쁘지도 크지도 않아 별로 눈에 뜨지 않는 노오란 별꽃 기린초에 몇마리의 벌들이 윙윙 날아듭니다. 톡톡 마음을 열어준 기린초의 향기에 반했나봅니다. 기린초가 살랑살랑 .. 2016. 7. 5.
나무가 나에게/ 이해인 나무가 나에게/ 이해인 아파도 아프다고 소리치지 않고 슬퍼도 슬프다고 눈물 흘리지 않고 그렇게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견디는 그만큼 내가 서 있는 세월이 행복했습니다 내가 힘들면 힘들수록 사람들은 나더러 더 멋지다고 더 아름답다고 말해주네요. 하늘을 잘 보려고 땅 깊이 뿌.. 2016. 2. 13.
아침 아침/정원종 차가운 밤이 오래도록 깊었다. 어둠이 차갑게 삶을 파고들었다. 그 깊은 추위와 차가운 어둠을 뚫고 차곡차곡 빛이 자라고 있었다. 조용한 새벽을 만들고 그 빛은 계속 자라나 붉게 하늘을 뚫고 아침을 만든다. 고퉁은 여전하다 그러나 새해 아침이다. 주님이 이겨내신 어둠. .. 2015.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