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사
어제 여행을 떠나기로 했는데 비가 이틀동안 내리고 있어 아침을 먹고
베란다의 군자란 사이로 보이는 창 밖의
새하얀 벚꽃이 들어오는 거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커피한잔 마시면서 음악을 듣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으니 친정아버지시다.
지난 토요일이 아버지 생신이라서 뵙고 온지 나흘밖에 안되었는데
아버지 전화라서 왜요 아버지 했더니 어제 애비 좋아하는
‘머위나물 뜯어다 삶아놨으니 와서 갔다가 재훈애비도 주고 하라고 하신다.
아버지 지금 비가 오고있고 내일은 교회에 가야 해서 시간이 없는데요
했더니 삶아 논 나물 오래 놔두면 못 먹는다고 안달하신다
내려가게 되면 전화드릴께요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91세 울 아버지 조금 속상해하시는 음성이 마음에 걸려 다시
전화를 드리고 지금 내려가겠다고 했더니 좋으셔서 금방 목소리가 생기가 난다
애고~ 못 말리는 우리 아버지시다
엄마가 팔을 수술을 해서 부모님을 큰아들이 모시고 갔는데
아파트는 갑갑해서 못살겠다고 아버지는 벌써 고향집으로 도망치듯
내려가시고 엄마는 아버지 생신 맞춰서 병원에 가시면서 아예
안 올라 오신다고 하시고 내려가셔서 요즘 식사도
아버지가 해 드시고 계신데 사위 준다고
나물까지 삶아놓고 전화하시는 울 아버지를 누가 말릴 수 있는가!
재훈할아버지와 서둘러서 공주로 내려가서 부모님 모시고 보신탕 집에 가서
점심을 함께 먹고 모셔다 드린 후 날은 흐리지만 비가 그쳐서
친정 집에서 가까운 마곡사로 향했다
아들들 어릴 적엔 여름에 마곡사 계곡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가서
계곡에 발 담그고 자주 놀았던 곳인데 아들들 크곤 오랫동안
찾지 않았던 마곡사를 한 바퀴 돌아보고 마곡사 뒷동네까지 올라가서
돌아 보니 나뭇잎이 연둣빛으로 물들긴 하였지만 아직은 쓸쓸하다
계곡물이 좔좔 흐르는 여름철 부모님 모시고 아름다운 마곡사 계곡을 다시 찾아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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