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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살찌우는 글들/영화와 문학 문화이야기

추억속 인연의 풍경들

by 밝은 미소 2016. 1. 18.

 

                   

 

 

 

며칠전 내가 최인호 작가님의 책 인연이란 에세이 집에 시선이 간 것은 순전히

책 겉장의 그림 때문이었다.

언제 남편이 그 책을 구입해서 읽었는지 전연 알 수 없지만 13년전 대학 은사님

주셨던 제목도 기억에 없는 두권의 책을 찾기 위해 책장을 뒤적이고 있을 때

최인호작가님의 인연이란 책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것은 온전히 

인연이란 책 겉장의 사진한장 때문이었다.

어느 해 초겨울 친구랑 두물머리로 새벽 풍경을 담는다고 일찍 서둘러 길을 떠났다

이른 새벽에 길을 떠난 건 두물머리의 아침 해가 떠오를 때 물안개와 함께

멋진 풍경을 담고 싶어서 갔었지만 기대했던 물안개는 피어 오르지 않아서

내가 원하는 풍경을 담진 못했지만 두물머리에 떠있던 배를 배경으로

사진을 담았었는데 그 풍경이 무척 마음에 들었었다.

그런데 인연이란 에세이 집에 바로 그 두물머리의 배가 떠있는 풍경이 실려있었다

그래서 오직 그 인연하나로 책장에서 긴~ 잠을 자고 있는 인연이라는 책을 꺼내어 읽었다

최인호 작가님의 인연이란 에세이 집은 살아온 지난 세월 스쳤던 인연들을 정리한

것들이었는데 작가가 만난 지난 추억 속의 인연들을 읽으면서 내 속에 있는

지난날의 추억 속의 인연의 풍경들과 너무 닮아있는 모습들이 많아서

책을 읽으면서 혼자 유쾌하게 웃어도 보고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지난날의 추억들을

다시 한번 끄집어 낸 시간들 이었고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옷에 대한 추억이었다

내가 겪었던 잊혀지지 않는 어린시절의 그 추억의 인연들이 고스란히 그 책속에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변호사이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 하숙을 치는 엄마가
가장이 되고 대학에 다니는 형이 가정교사를 해서 돈을 벌어 살림을 했기에

가난 때문에 언제나 형이 입던 옷을 입고 학교에 다녔고 또 엄마가

가믐에 콩나듯 한번씩 옷을 사주려면 동대문 그 넓은 시장을 몇바퀴씩 돌면서

가격을 비교해 보고 언제나 자기보다 훨씬 큰옷을 골라서 가게 주인이 옷이

너무 크다고 말해주어도 아이들은 빨리 자라니 넉넉한것을 사야 한다고

큰옷을 사서 언제나 바지는 두번세번을 접어서 입고 잠바는 소매를 걷어서 입어

~허수아비처럼 자신의 몸보다 큰 옷을 입고 다녔던 기억을 떠올린다.

 

엄마가 아이들은 빨리 크기 때문에 큰옷을 사야 한다고 사주었던 옷은 정작 자신의

몸에 맞을 때면 이미 넝마가 되어 입을 수 없게 되어있었다는 기억

그런데 그것이 자기에게서 끝나지 않고 결혼을 하여서 자녀들 등교길에

차를태워 학교에 데려다 주고 교문 안으로 들어가는 아들과 딸의 모습을 보니

다른 아이들과 달리 몸에 큰옷을 입고 있더라는 것 집에 와서 아내에게

왜 아이들에게 딱 맞는 옷을 사 입히지 않고 큰옷을 사 입히느냐고

물어봤더니 아내의 말이 아이들은 빨리 크니까 몸보다 큰 옷을 사 입히노라고

말하더라는 것 몇십년 전 당신의 엄마가 하던 그 소리를 똑같이 아내가 하더란다

어느 날 화가 나서 쇼핑센터에 가서 자녀들에게 몸에 딱 맞는 쉐타와 잠바를

사 입혔는데 어느 날 교문 안으로 들어가는 아들과 딸이 자신이 사준

딱 맞는 옷이 아닌 몸에 큰 옷을 도로 입고 등교를 하더라는것 화가나서 집에 와서

아내에게 따졌더니 작아서 큰 것으로 바꿔서 입혔다고 아이들은 금방 커서

딱 맞는 옷을 입히면 안 된다고 하더란다

그러면서 자기 딸도 결혼을 하면 아내와 똑같이 손자 손녀들에게 몸에 큰 옷을 사 입히고

아이들은 빨리 커서 큰옷을 사 입혀야 한다고 할것아니냐고 하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어쩌면 여자 아니 엄마들의 생각이 저렇게 닮아있을까 싶어 혼자 웃었다.

 

내 기억에도 내가 언니보다 키가 많이 커서 언니 옷을 물려 입지는 않았지만 울 엄마도

우리들에게 옷을 사주실 때는 항상 내 몸보다 훨씬 큰옷을 사주시며 하시는 말씀이

아이들은 금방 크니 몸에 맞는 옷을 사주면 다음해는 못 입는다고

항상 몸에 큰옷을 사주셨던 기억이 있다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그 시절에 해마다 옷을 사 입은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그런데다 내 아래로 남동생이 둘이라서 한번 옷을 사면 떨어져서 못입을 때까지

옷을 입었고 양말은 기우고 또 기워서 처음산 양말보다 기운 것들이 더 두꺼운 양말을

신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내 몸보다 큰 옷을 사주면  정말 싫었던

경험에도 불구하고 나도 결혼하여 두 아들을 키우면서 언제나 아들들에겐 몸보다

큰옷을 사입혔던게 사실이다.

 

작은아들과는 달리 큰아들은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들에 비해 키가 유난히 잘 자라서

큰아들은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사준 적이 없이 항상 자기 몸보다 큰옷을 입고 자랐다

그렇게 큰옷을 사주는데도 이듬해는 작아지는 옷 지금 큰아들 키가 187cm인데

어린 시절 정말 자고 나면 키가 커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몸보다 큰옷을 사주었는데 패션에 별 관심이 없는 큰아들은 엄마가

그렇게 자기 몸보다 큰 옷을 사주어도 말없이 그 옷을 입고 자랐는데

그 아들의 기억 속에도 어린 시절 언제나 엄마가 자기 몸보다 큰 옷을 사주었다는

그 기억이 자리잡고 있겠지.

그런데 작은 아들은 어릴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아 남자아이인데도 유치원에

다닐때부터 자기 맘에 들지않는 옷은 안입고 마음에드는 옷만 고집하고

좀 큰옷을 사입혀도 그냥 입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입진 않았다

지금도 작은아들은 옷에 관심이 많아서 잘 골라 입고 다니지만

큰아들은 옷에 무관심했었는데 결혼을 하고 며느리가 멋진 아들을 만들어 놨다

그런데 며느리인 재훈엄마도 집에서 입는 가벼운 옷은 아이들에게 맞게 힙히는데

메이커 옷은 손자 손녀 나이보다 큰옷을 사 입히는 것을 보면서 엄마의 생각은

많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같음을 보면서 우리 손녀 재아도 이다음 커서 엄마가 되면
또 그렇게 아이들은 빨리 자라니 딱 맞는옷을 사주면 다음해에 입을 수 없으니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몸집보다 큰옷을

사서 입힐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머니란 단어를 다시금 깊이 새겨본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