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의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는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가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붉은 물감이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모란꽃잎
꽃잎 사이로 찬란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눈이 부셔 오래도록 바라보지도 못했다.
그 붉은 현란한 꽃잎에 흙먼지 뽀얗게 내린
봄날의 불청객 황사로 인해
꽃잎이 얼룩져 있는 모습이 아쉽다.
이젠 저 붉은 찬란한 꽃잎도
하나 둘 떨어져 눕고
아름다움으로 장식했던 이 봄도 떠나가겠지.
봄이 오는가 했더니
그 봄이 푸르름에 밀려 이젠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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