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살찌우는 글들/(詩)모음95 새해 아침의 기도 새해 아침의 기도 /연규흠 새해에는 진정한 사랑 없이 빈껍데기 말만 무성하게 쏟아냈던 내 초라한 부끄러움을 당신의 십자가 앞에 내려놓게 하소서 때로 삶이 힘겹고 외톨이 같은 서러움에 잠길 때도 말없이 빛으로 오는 당신을 기억하게 하시고 텅 빈 들녘을 지나온 찬바람에도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강물에도 당신의 향기가 있음을 알게 하소서. 하늘이 열리기 전 당신이 예비하신 은혜의 말씀이 나의 가장 큰 유산임을 알게 하시고 세상사 기웃대며 채우려던 욕심의 잔을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채우게 하소서. 길고 어두운 땅에서도 희망의 꽃을 피워가는 꽃씨처럼 내 영혼의 생명나무엔 삶의 돌층계마다 일궈낸 감사의 열매들이 날마다 열리게 하소서 새해에는. 2021. 1. 4. 비 개인 여름날, 숲 속에서 비 개인 여름날, 숲 속에서/연규흠권사 소낙비 지나간 한여름 숲 속 계곡 바윗돌 그늘 이끼 푸르고 실개울은 촐촐 몸이 불었다. 미처 지나가지 못하고 거미줄에 걸린 하얀 빗방울에 하늘이 잠기고 커다란 상수리나무가 잠기고 햇살 몇 가닥도 잠겼다. 삐릭 삐리릭 노래하던 노랑할미새 가만히 숨죽이고 머루덩굴 타고 놀던 바람은 술패랭이꽃 아래 무릎을 꿇었다. 엄마 분내처름 은은한 그 향기 내 발걸음도 멈춘다. 비 개인 여름날 고요한 숲 속에 서면 모든 것 내어주고 스스로 낮아짐의 미학을 가르쳐주는 작은,아주 작은 그들이 보인다. 그 분의 마음이 보인다. 2019. 6. 30. 십자가 십자가 / 윤동주 쫒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2019. 4. 5. 다시 주신 선물 다시 주신 선물 /이동춘 습작이 없는 오직 한 번뿐인 삶 선물로 주신 생 다시 한번 거짓되지 않은 진실된 삶의 족적을 우리 만일 남길 수 있다면 다시 허락된 새로운 순례의 길을 떠나는 우리의 걸음이여 주님 가라신 그 길 비록 험할지라도 곧은길,부끄러움 없는 길 걷게 하소서란 간절한.. 2019. 1. 8. 새해아침 새해아침 곱던 잎사귀마저 모두 떠나보낸 뜨락의 산딸나무 한 그루 가난한 살림 행여 노래를 잊어버릴까 바람은 진종일 앙상한 가지 끝에서 노래 부르고 누구도 외톨이는 아니라고 먼 길 달려온 햇살은 나뭇가지마다 다독거리며 새봄을 꿈꾸고 있는 오늘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빛은 더욱.. 2019. 1. 2. 詩(칠월이 오는 소리) 칠월이 오는 소리 /이동춘 여름날 과수원묘목 사잇길 살랑살랑 청포도 익는 소리가 뜨거운 햇살의 지휘 아래서 도란도란 바람결에 들려오면 칠월도 세월이 흐르듯 주렁 사랑도 뜨겁게 무르익는다 여름이 활활 타올라 익는다 이여름 주님 주신 선교의마당 지구촌의 땀 흘림도 익어가리라.. 2018. 7. 1. 詩 (여름) 여름 네살박이 손녀딸 손바닥만 한 감나무 잎새위에 소올솔 바람 한 자락 세세한 사연을 적고 있다. 한여름 뙤악볕 빨랫줄에 춤추는 옥양목홑이불처럼 마음속 찌꺼기를 널어보라고, 햇볕에 온몸을 드러내며 알알이 익어가는 포도송이처럼 땀방울도 향기가 되도록 삶의 돌층계를 올라가.. 2018. 7. 1. 새 달력을 걸며 새 달력을 걸며/연규흠 오늘 열두 달을 선물 받았다. 고통은 내 몫이 아니라고 애써 부인하며 내가 누리는 행복과 기쁨이 모두 내 몫인 줄 알고 열두 달의 선물을 다 써버린 2017 정유년. 기쁨과 아쉬움, 후회를 떼어내고 2018 무술년 새 소망을 걸어 놓는다. 삶이란 늘 똑같은 숫자 속에 맴돌.. 2018. 1. 6. 여름 여름/연규흠 아파트 한 편에 자리 잡은 감나무 한 그루 쏟아지는 땡볕 아래서 빛이란 빛은 모두 모아 초록의 열매 속에 쟁이고 있다. 얼굴 맞댄 아파리 사이로 도란도란 흘러나오는 감나무 이야기들 간밤 개미네 식구에게 쏟아지는 비를 막아준 일 행여 간신히 맺은 그 초록 열매 떨어질.. 2017. 7. 9. 이전 1 2 3 4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