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질 때도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송치채
떨어지는 능소화
송이채 떨어져 누운 능소화
너무도 곱고 예쁜 이 꽃은 "능소화 (일명:구중궁궐의 꽃)"라고 하는데
이 꽃은 예쁜모습과는 다르게
아주 애처롭고 눈물겨운 전설을 갖고 있답니다.
요즘 이곳 저곳 담장에 능소화가 현란하게 피었습니다.
오늘은 슬픈 전설을 안고 피어있는 저꽃을 한참이나 바라 보았답니다.
*****
옛날 옛날 복숭아 빛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답니다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의 자리에 앉아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소화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 오지를 않았어요.
소화가 여우같은 심성을 가졌더라면
임금을 자기 처소로 오게 하였을텐데
궁궐의 가장 깊은 곳 까지 기거 하게 된 소화는
그런 음모를 모르는 채 마냥 임금이 찾아 오기만을 기다렸지요.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는데
돌아가지는 않았는가 싶어
담장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발자국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장을 너머너머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답니다.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이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도 치루어 지지 않고
"담장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라고 한
애닮픈 유언을 남긴채 그렇게 사라져 갔습니다.
이듬해 여름
'소화'가 살았던 처소의 담장을 덮으며 주홍빛 꽃이
넝굴 따라 주렁주렁 피어났는데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능소화랍니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한 여름날
형광 주홍빛으로 피어나는 능소화!
화려해서 더 슬픈꽃 능소화 !
화관이 통째로 떨어져 낙화의 순간까지도
고운 빛깔과 형태를
간직한 채 내려앉음으로서 의연한 기품을 잃지 않는 꽃.
그러나 한이 서린 꽃이라 그럴까요?
꽃술에는 독성이 있어 함부로 따서 가지고 놀수 없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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