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 이해인
아직도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집 앞 화단에 피어있는 상사화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세월
침묵속에서
나는 당신에게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집 앞 화단에 봄에 상사화 잎이
파랗게 올라오더니
어느 날 없어 진지도 모르게 없어졌고
얼마 전 꽃대 3개가 나와있더니
오늘 아침 비가나리는 데
내리는 빗줄기를 맞으면서
활짝 피어있는 상사화.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해
그리워하는 애틋한 사랑이
안타까워 붙여진 이름이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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