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가리열매
무더운 여름 날 아름다운 꽃을 피워 눈을 즐겁게 해주던 박주가리를
올해는 탄천을 관리하는 아저씨들이 박주가리가
덩굴식물이라서 나무를 타고 올라가니
여름내 박주가리 덩굴을 걷어 버려서
그 흔하던 박주가리 열매가 많이 보이질 않는다
아저씨들이 걷어버리고 남은 씨앗들이 가을햇살을 받아
탱글탱글 씨방이 여물더니 겨울이 되니
속살이 터지는 아픔을 참고 드디어
고운 솜털을 달고 나르는 씨들을 멀리멀리 날려보내고 있다.
발을 다쳐서 벌써 3주째 꼼짝 못하고 집에만 있어 답답하여
그제는 카메라를 메고 집에서 5분거리니 탄천을 나갔다
탄천에 나가 징검여울을 건너 탄천옆을 조금 걸으니
다행히 박주가리 열매들이 보인다
박주가리열매가 여기저기 하얗게 터져 씨앗들을 날리고 있다
몇 개를 터쳐봐도 줄줄이 연결되어
날아주면 좋으련만 그냥 몽땅 쏟아져 날아가 버리고 빈 깍지들만 남는다
모든 씨앗 날려보낸 텅 빈 박주가리 깍지를 보면서
자식들 낳아 고이 길러 모두 떠나 보내고 빈 쭉정이같이
늙어 힘 없이 힘든 시간 보내고 있는
울 엄마 얼굴이 그 속에 겹쳐져
왠지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촉촉히 적셔진다
사진을 찍다 텅빈 박주가리열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왠지 여자의 일생이 그 속에 들어있는 것만 같아 가슴에 휭하니 바람이 인다
깍지속엔 이런씨가 하나가득
깍지 속을 나와 멀리 날아가는 싸앗
바람을 타고 이렇게 멀리 멀리
요건 날아가다 딱 걸렸네
날아라 멀리 멀리~~~
텅빈 박주가리깍지
이건 작년에 찍은 사진들
이렇게 꼬리를 물고 날아주어야 좋은데
올해는 너무 말랐는지 터지면서
그냥 쏟아져서 내가 원하는 사진을 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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