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하면 어린시절 아련한 추억도 많이 담겨져 있는 과일이다
내가 자란 내 고향 공주 정안 지금이야
밤으로 유명한 정안이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밤이 아닌 월하 감으로 유명했던 고장이다
내 어린 시절 동네엔 온통 감나무로 가득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나보다 먼저 우리 집안에서 자라서 우리 집 역사를 모두 알고 있는
감나무 들은가지가 휘 이도록 주렁주렁 열리더니
이젠 나이가 들고 고목이 되어
감은 열리지 않고 그늘만 생기니 다 베어버려
내 추억 속에 남아있는 감나무는 이젠 두 그루 밖엔 없다.
어린 시절 남동생들과 함께 연시를 따려고 감나무에 올라가
감나무 가지가 꺾어지는 바람에 감나무와 함께
땅으로 떨어지던 기억도 생생하니 남아있다
다른 나무는 질겨서 댕강 꺾어지지 않고 가지가 원동에
남아있지만 감나무는 힘없이
댕강 부러져 감나무 가지와 함께 떨어져 버린다
그러니 절대 감나무에는 함부로 올라가지 말아야 할 일이다.
어린 시절 감나무에 감이 주홍색으로 익어가는 가을만 되면
나무에 달린 땡감을 그대로 파는 것이 아닌
그 감이 주홍빛으로 익어가는 대로 따서
감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꼭지를 잘 다듬은 다음 저녁에 큰 항아리에
물을 적당히 데운 다음 감을 차곡차곡 큰 항아리에 담고
감이 익지 않을 만큼의 데운 물을 넣고 단지를
이불 같은 것으로 덮고 하루저녁 자고 나면 감의 그 특유의
떫은 맛이 없어지고 달달한 감 지금의 단감 맛 그러나
단감맛보다 훨씬 당도가 높은 단감처럼 변한 감을 갖다가 시장에 팔곤하였다.
그렇게 감을 팔고 남은 감들은 늦가을 된서리를 맞고 나면
곶감으로 변신하고 된서리가 맞고 난 감을 따서
사과상자에 짚을 한 켜씩 담고
그 위에 된서리를 맞아 떫은맛이 조금 없어진 감을 담아
광에 보관하면 추운 광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맛있는 홍시가 된다 그 홍시를 눈이 하얗게 쌓인
오늘같은 한겨울 양푼에 담아 놔두면 얼었던 감이 녹아
말랑말랑한 홍시 감이 되어 한겨울 우리의 좋은 간식이 되었었다.
그렇지만 내가 결혼을 하고 난 후 언제부터인가 동네에서 서시히
감은 사라지고 지금은 동네가 감 대신 밤나무가
산과 들 그리고 마을을 덮어
지금은 온통 동네가 밤나무로 둘러 쌓인 정안 밤으로 유명한 고향이 되었다.
이 글을 쓰면서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지금도 공주 정안과 그 주변인
계룡면에서는 가을이면 월하 감을 따는 행사가 있고
땡감을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껍질이 아주 얇고 단맛이 강했던 월하감 달달한 곶감으로
한겨울 간식으로 우리 입을 즐겁게 해주었던
그 감의 추억 때문에 난 지금도 단풍 중에
감나무의 그 아름다운 단풍잎을 가장 좋아하고
단풍 중 가장 아름답게 물드는 것이 감나무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가을 나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추억의 감나무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그 감나무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본다.
지난가을 갑사에서 만난 아름다운 감
다 죽은듯한 감나무
곁가지에 주렁주렁 맺힌 감들이 소담스럽다
감나무가 곱게 물들어 가고 있는 모습
내가 어린시절에도 내고향 공주 정안엔
이렇게 집집마다
월하감나무가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름답던 갑사의 풍경
곶감을 켜서 말리고 있다
곱게 물든 감나무 가장 아름답게 단풍이
드는나무가 감나무가 아닐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풍이 곱게 물든 감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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