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
ㅡ김정호ㅡ
바라만 보아도
눈물이 날것 같은
하늘이 열리고
산아래 노을이 누우면
바람도 가는 길을 멈추고
숨을 죽인다.
비단 날개로
마지막 남은 햇살을 보듬은
잠자리 몸통도 노을에 젖어
더욱 빨갛게 익어가고
아내 속눈썹처럼 가벼운
날개를 편다.
그러면
금빛으로 물든 가을 하늘
불타는 고추잠자리 두 눈에
잠겨 있다.
누구나 고추잠자리에 대한 추억 한두 편은 있을것이다.
고추 잠자리는 코스모스와 함께 가을의 전령이다
한낮 내리쬐는 뙤악� 아래서도 한 마리의 고추잠자리를
보고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농촌은 물론 도시에서도 흔하여 아파트 단지에서도
잠자리채를 들고 고추잠자리를 잡기 위해
몰려다니는 꼬마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풍경을 이젠 점점 보기 어려워 질듯하다.
서울시가 서울시보호 야생 동식물 25종에
고추잠자리도 포함시키고 이달부터 고추잠자리를 잡는
사람에겐 100만원의 과태로를 물리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흔하게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가을이 옴을
제일먼저 알리던 그 고추잠자리를
보기 쉽지 않은것은 도시 주변 개발로 유충의
서식지인 습지나 물웅덩이가 급속히 사라진 탓이라고 한다.
고추잠자리뿐아니라 보호 야생 동식물에는
다람쥐도 들어있다.
등산객들이 밤과 도토리를 다 주워 가는 바람에
아사 위기에 몰린데다 들고양이들에게 잡혀
먹히기도 하여 개체가 급속히 줄고 있다고 한다.
올 가을 산에 등산을 가서 절대로 도토리와 밤은
주워오지 말아야 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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