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장마가 계속되고
해님은 보이지 않아도
식물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은
부지런히 하고 있네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우리 집의 치자꽂이
그 그윽한 향기를
머금은 채
활짝 피었답니다.
백색의 꽃잎이 점점
미색으로 변해가는 치자 꽃
그 진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입니다.
작년엔 가지가 휘어 지도록
피었더니 올해엔 해거름을 하여서
몇 송이 밖에 피지 않았어요
그래도 새하얀 꽃에
그 향기가 좋아서
향기가 집안 가득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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