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디를 가도 보기 힘들어진 초가지붕에 높이 솟아있던 굴뚝
나 어릴 적 우리 동네는 차령산맥의 줄기에 자리잡은
공주 정안의 높은 산이 둘러 쌓여 있는
그래서 앞 뒷산이 가로 막혀 하늘이 손바닥만큼 보이는 아늑한 곳이었다.
이렇게 봄날이 오면 내가 살던 고향은 온통 꽃으로 둘러쌓인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온 동네가 살구꽃으로 덮이고
앞산과 뒷산에는 진달래가 만발하고
동네어귀를 돌고 돌아 흘러가는 개울가에는
개나리가 흐르러 지게 피는 그런 그림 같은 아늑한 곳이었다.
동네 어귀의 산등성이에 올라 내려다보면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무렵이면
이집 저집의 굴뚝에선 저녁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하늘만 빼꼼히 보이는 높은 산이 있는
산골이라서 초가지붕의 굴뚝도 유난히 높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 집 굴뚝은 사진같은 나무통이 아니었고 흙벽돌을 쌓아 만든 굴뚝이었다.
지금은 그런 굴뚝은 볼 수 가 없고
가끔 강원도를 여행하면서
산골짜기에 있는 집의 나무통으로 만든 굴뚝을 만날 수 가 있다.
굴뚝은 단순히 연기 구멍의
노릇만 한 것이 아니고 아궁이와 방고래의 공기 순환을 돕는 역할을 한 것이다.
굴뚝에 바람이 잘 들어야 아궁이의 불도 잘 들고 방고래도
온기가 잘 돌아 따끈따끈하게 되는 거라서 그런지
유난히 굴뚝이 높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 갈 때쯤 이집 저집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금방 어둠이 깔리면
우리는 집에 들어가
엄마가 까만 무쇠솟에 밥을 지어 푸고 나면
노랗게 누른 누릉지를 먹는 시간이 참으로 즐거웠던 어린시절의 추억이 그립다.
주거 문화의 변천에 따라 이젠 어디를 가도 초가지붕에 저녁연기가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굴뚝은 볼 수 가 없다.
다만 어린시절 추억만이 가슴에 남아 아련하게 떠오르는
그리움 일 뿐...
지금도 늘~
눈을 감으면 꿈결처럼 그곳 내고향 정안으로 달려가곤 한다.
저만치 환상처럼 서있는 유년의 기억속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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