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 속을 걸어봤다.
이렇게 발목까지 눈이 쌓인 길을 걸어보기는 나의 어린 시절인
고향하늘아래 하늘을 이고 살았던 그때그시절 이었으니
참으로 오랜만에 하얗게 눈 쌓인 길을 걸어보았다.
나의 어린 시절엔 겨울날씨도 춥고 눈도 지겨울 정도로 많이 내렸었는데…
지금이야 세탁기가 있어서 빨래를 편하게 하지만
나 어린 시절엔 눈이 많이 내리고 개울물이 꽁꽁 얼어있는 개울에서
그 추운 바람을 맞으면서 엄마는 우리 6남매의 빨래를
고무장갑도 없이 꽁꽁 언 개울물을 깨면서 호호 손을 불면서 빨래를 하셨었고
이렇게 추운 겨울 밤엔 우우우~~울어대는 문풍지 소리와 개 짖는 소리에
잠을 설치곤 하였었다
그렇게 힘든 세월을 사신 엄마는 지금 너무 늙으셔서
눈 길을 걸을 수 도 없는 연세가 되어있으시니 마음이 아프다.
정말 몇십년만에 걸어보았던 발목까지 빠지는 눈 속.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20~30cm씩 쌓여 눈치우는것도 싫었던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러나 그 눈으로 인해 아직도 가슴속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동화 같은 이야기들이 많다.
눈이 하얗게 쌓이면 그 눈 속에 고구마를 묻어놨다가 살짝 언
고구마를 깎아먹으면 달콤하고 아삭 대던 그 잊지 못할 맛.
그리고 이렇게 추운 겨울밤이면 광속에서 꽁꽁 얼어있던 감을 꺼내서 먹고
뒤 곁에 김치광속에서 얼음이 둥둥 떠있는 동치미를 떠다가
고구마와 함께 먹으면서 할머니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를 듣던 행복했던 시간들…
김장철이면 해마다 동치미를 담지만 김치 냉장고 속에 있는 동치미는
어린 시절 김치광속에서 얼음이 둥둥 떠있던 그 맛과는 비교도 안 된다.
문풍지 울어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올 겨울은 참 많이 춥다.
딱히 읽을 동화책도 흔하지 않던 나의 어린 시절
할머니 옛날 얘기에 밤이 깊어가는줄도 모르고 할머니의
옛날얘기에 귀를 기울이던 그 때 그 시절 듣던 그 이야기들이
지금은 가끔씩 할머니와 함께 그리워 질 때가 있다.
손자녀석 재훈이가 조금 크면 물론 동화책을 읽어주겠지만
나의 어린 시절 추억 속에 남아있는 이야기들이 옛날이야기가 되어
재훈이에게 들려줄 수 있을까?
재훈이도 나처럼 할머니의 그 옛날 얘기에 귀를 기울여 줄까?
하얗게 쌓인눈에 고구마 묻어놓고 먹던 일 추수하고 쌓아 논 볏단에
수정처럼 맑게 매달려 있던 고드름을 따서 먹던 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에 내 발자국을 남겨놓던
아련한 추억 속의 동화 같은 어린 시절 그때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리운 긴긴 겨울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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