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홍범, 심병우)
지금은 사라져간 우산이 없던 시절의 비옷 도롱이
가물가물 내 기억 속에서
이 모습을 찾는 건 그리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아주 어릴 적 아마 코흘리던 시절이었던 거 같다
아버지가 비가 오면
논으로 밭으로 두르고 가셨던 바로 그 차림새.
그동안 굽이굽이 흘러간 시간들을 헤아려 보니 족히 50년은 흐른 듯…
그러고 보면 우산도 참 많은 변천이 있었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면 길가에 심 기워진 잎이 큰
토란 잎을 따서 머리에 쓰고 오던 생각이 난다.
우산이 귀했던 그 시절 처음엔
대나무 살에 창호지에 콩 물을 치댄 종이 우산이 있었던 게
생각나고 그 다음 나온 것이 가벼운 비닐우산이었다
바람이 한번 불면 금방 뒤집혀 길을 가다가도 버려야 했던 비닐우산.
어린 시절 아버지는 저 도롱이를 손수 만드셔서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깨에 걸치시고
논두렁에 물고를 보러 다니시곤 하였던 생각이 난다.
산과 들에서 자라는 띠 풀과 억새를 베어서 말려 엮어서 만들어 입으셨었다.
지금은 아마 저 도롱이도 농기구를 모아 논 곳에나 가야 볼듯하다.
우산이 귀했던 그 옛날 비닐우산 하나도 소중히 여기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분리수거 통에 멀쩡한 우산도 수없이 버리는걸 보고
아이들도 아쉬운 거 없이 풍족하게 살다 보니
학교에도 찾아가지 않는 물건들이 쌓여 있다는 기사를가끔본다.
비바람이 몰아치면 훌렁 뒤집혀 쓸수없어 버린 그 비닐우산
그래도 그 파란 비닐우산의 추억은 아름다웠다
이렇게 장맛비가 마구 쏟아지는 여름 날
마당에 서서 비닐우산을 쓰고 있으면 비닐우산위로 쏟아지는 빗소리와
검정고무신속에서 뽀드득 뽀드득 나던
빗소리가 얼마나 정겨웠는가...
그리곤 뒤뜰 장독대에 수줍은 듯 고개 숙이고 비를 맞고 있던 그 작은 채송화꽃을
넋을놓고 바라보던 그 아름다웠던 나의 유년의 기억들...
아주 어린코흘리개 시절 봤던
이 도롱이 사진 한 장이 나의어린 시절 먼~ 시간여행을 하게 해주었다.
창밖엔 지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줄기가 한폭의 수채화를 그리고 있고
거실창문너머로 보이는 공원에
목말라 축축 늘어져 있는 나뭇잎새들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말끔히 세수를 하고
고운 녹색의 잎새들을 흔들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흘러간 세월의 갈피속에 묻혀있는 지난 삶의 추억들을 한장 한장 넘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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