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이땅의 서정과 풍경에서 발췌
지금은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검정고무신 그 고무신을 보면 나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난다.
공주 정안 하늘만 빼꼼히 보이던 산골, 학교를 가려면 6km을 걸어서
다녀야 했던 첩첩 산골에서 자라난 나의 어린 시절 난 검정고무신을 신고 자랐다.
나의 어린 시절 검정고무신을 신었던 시절인 1950년대에서
60년대 초 우리나라는 정말 참 어려운 시기였다.
지금은 웰빙음식으로 일부러 먹으러 다니는 꽁보리밥을 먹던 시절
겨울에서 봄이 지나고 여름 보리타작을 하기 전 보릿고개란 말이
있을 정도로 힘든 시절이 있었다.
내가 검정고무신을 신고 학교에 다닌 것은 아마도 3학년까지인 것 같다.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그리 신고 싶었던 까만 운동화를 신었으니까.
그러나 그 운동화는 학교 갈 때만 신었고 집에 돌아오면 벗어서
고이 모셔놓고 다시 내 발엔 검정고무신이 신겨져 있었다
여름날 비가 오는 날이면 마당에 비닐 우산을 들고 서서 우산위로 또도독
또도독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빗물이 들어간 검정고무신속에선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나고 장독대 아래 돌 틈에 피어있던 작은 채송화 꽃을
한없이 바라보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곤 한다.
고무신이 이 땅에 들어온 것은 1910년 이후라고 한다.
그때까지 짚신을 신던 사람들에게는 고무신이 얼마나 편리하였겠는가!
질기면서도 편리한 신발이었으니까...
그래서 그 고무신은 순식간에 대중화 되었고 그렇게 편리하게 신었던
고무신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기를 거치면서 그 고무신도 사라지고 지금은
구경하기도 힘든 신발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나의 고향 친정 신발장에는 엄마 아버지의 고무신이 한컬레씩 놓여있다.
가끔씩 우리가 가서 그 고무신을 한번씩 신어보곤 하지만…
그렇게 편리하게 신어왔던 그 검정고무신과 흰 고무신이 지금은
그저 옛날이야기 하면서 신어보는 추억의 고무신이 되어버렸다.
어린시절 찍은 가족사진 고무신을 신은 남동생들과
왼쪽의 운동화 발은 내발이다.ㅎ~~
성격이 워낙 깔금한 바로 아래 남동생의 신발은 검정색인데
털털한 그 아래 남동생의 신발은
흙을 뒤집어쓴 모습인걸보면 놀다 흙을 뒤집어 쓰고 와서 사진을 찍은 모습이다.ㅋㅋ~~
이건 외삼촌 결혼식날 찍은 가족사진.
우리 어릴 적엔 그 검정 고무신을 신고 얼개미를 들고 동네 앞을 지나는
개울에 가서 개울가 풀섶에 얼개미를 대고 고무신을 신은 발로
풀을 밟으면 그 얼개미속으로 송사리며 미꾸라지 새우들이
오물오물 잡히곤 하였던 기억이 난다.
그것을 가지고 엄마가 저녁에 매운탕을 끓여주면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들의 신발은 검정고무신 이었고 일할 때는 검정고무신을 신던
엄마 아버지도 외출용 고무신은 흰 고무신이었다.
그래서 저녁이면 낮에 흙을 밟고 다녔던 고무신을 짚 수세미에 비누를 묻혀
싹싹 닦아서 마루 끝에 가지런히 엎어놓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뽀송뽀송해진 검정고무신을 신고 학교에 가던 생각이 나고
어쩌다 고무신을 신고 친구들과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다가 고무신이
날카로운 나무에 걸려 고무신이 찢겨지기라도 하면 집에 가서 혼날 생각에
겁이 나서 해가 기울어서 집에 들어가 마루밑에 밀어 넣어 안보이게 해놓았던 기억도 난다.
그러다가 그 신발이 엄마 눈에 띄면 엄마에게 계집애가 덜렁대어
신발을 찢어가지고 왔다고 꾸지람을 들었던 기억.
친구들과 동네 앞 수정같이 맑은 개울가에서 돌멩이를 떠들어 미꾸라지나
송사리를 잡아 검정 고무신에 물을 담아 어항처럼 물고기를 넣어가지고
맨발로 집으로 돌아오던 그 날의 기억도 아련하다.
그렇게 힘든 시절이 불과 반세기인데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 아니 우리 두 아들도
이런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주면 아주 먼 옛날이야기 인 듯 재미있어한다.
그렇게 어렵게 지냈던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검정고무신
그 고무신을 보니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그 때 그 시절 그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지금도 우리는 그 어린 시절
개울가에서 고기를 잡아 검정고무신을 어항 삼아 물고기를 넣어가지고
맨발로 집으로 돌아오던 그때 그시절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모든 것이 풍족해지고 편리해진 지금 가슴속에 아련히 남아있는 검정고무신의
그 감촉과 맨발로 흙을 밟고 걷던 포근한 고향길이 아련히 떠오른다.
모락 모락 아지랑이 피는 이번 봄날은 고향을 찾아 맨발로 그 추억의 논둑길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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