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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살찌우는 글들/(詩)모음

겨울 들녘에 서서 /오 세영

by 밝은 미소 2011. 7. 27.

  ㅇㅇ

겨울 들녘에 서서 - 오 세영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녁에 가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 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 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 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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