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 /연규흠
잎사귀들 모두 떠난
감나무 가지 위로
빨간 까치밥 몇 알이
등불처럼 걸려있다.
저 까치밥을 위해
한여름 뙤악볕의
무던한 땀방울
가지마다 찰랑거리던
푸른 바람결
아랫집 개구쟁이
침 넘어가는 소리
힘 모아 기다렸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
감나무 가지 사이로 들어오고
포르르 까치를
까치밥에 묻은 햇살 부스러기
콕콕 찍어대는 겨울 한낮
하늘을 오가는 날짐승
지치고 허기질까
감나무 가지 끝에 달린 할머니 빈 마음
겨울 하늘 길이 되었다.
등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