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문동을 바라보며/ 연규흠
세상사 팍팍하여
기도조차 잘 되지 않는 날이면
나무 그늘에서 피어난
맥문동을 보며 마음을 삭이네.
겹겹이 싸인 꽃잎마다
나뭇가지 사이로 내비치던
쪽빛 하늘 보이고
가늘고 긴 잎사귀마다
물 흐르는 소리
햇볕 한 점 구경하기 힘든
척박한 땅에서도
보랏빛 꿈을 꾸는 꽃
오늘도 내 안에서
한 다발의 소망으로 피어나네.
서로서로 손잡은
맥문동 꽃자루처럼
내 이웃들의 작은 사랑이
무더기로 쏟아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