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숲에서/연규흠
녹음이 짙게 드리워진 나무그늘에 앉아
바위틈에 피어난 기린초를 바라봅니다.
그다지 예쁘지도 크지도 않아
별로 눈에 뜨지 않는
노오란 별꽃 기린초에
몇마리의 벌들이 윙윙 날아듭니다.
톡톡 마음을 열어준
기린초의 향기에 반했나봅니다.
기린초가 살랑살랑 바람과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모양입니다
향기가 코끝을 간질입니다
나도 마음에 빗장을 열어
내 주위를 스쳤던 사람들
그들이 지닌 향기를 되새겨봅니다
마음에 단물이 고입니다.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던
작은 꽃들과 나무들이
멀게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주님이 만드신 정원이요
향기처럼 다가옵니다
그분이 빚은 칠월의 숲에서 출렁이는 기쁨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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