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검정고무신 신고 비 오는 마당에서
비닐우산 속 나만의 공간에는 빗소리가
있기에 그 빗소리를 들으면 더욱 아늑했었지
비가 오는 날이면 장독대 돌틈사이에 피어
비에 젖은 채송화를 한없이 바라보던 기억들...
거기엔 왠지 모를 나만의 행복함이 있었지
지금은 아스라한 기억저편 지금도 그때
기억들이 환상처럼 떠오른다.
나이 들어갈수록 유년시절 그리움의
아스라한 그 편린들을 줍곤 하는 추억 속의 장독대
비가 내리던 날엔 엄마는 늘~ 흰 앞치마에
머리에 수건을 쓰시곤 쏟아지는 빗물이
고인 장독대를 닦아내곤 하시던
엄마의 그 모습도 유년시절의 그리움이다.
눈을 감으면 꿈길처럼 그곳으로 달려가곤 한다
비가 내리는 여름날 우산을 쓰고 빗속에 서서
내 검정고무신 안에서 뽀드득뽀드득 거품을내던
저만치 환상처럼 서 있는 유년의 기억 속의 엄마의 장독대.
저렇게 수많은 장독대 안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대대로 내려오는 이 가문의 손맛의
장맛들이 그득하게 들어있는 장독대들일까
아님 그냥 눈으로만 볼 수 있는 빈장독대 들일까 궁금해진다.
나는 고향이 생각나는 이런 장독대를 보면 유년시절
고향집 장독대에서 매일 같이 흰 수건을 쓰고
앞치마를 치고 장독대를 물로 닦으시던
엄마의 모습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나곤 한다.
엄마의 장독대 독에는 된장 고추장과 우리들
6남매의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시던
장아찌들이 독에 가득 담겨 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고추장을 묽게 담아서 그 고추장에 직접
엄마가 가꾸어 몇년을 키운 도라지며
무장아찌, 오이장아찌, 감장아찌, 참외장아찌며
쌀겨에다 넣어 담그신 단무지며 우리들의 도시락
반찬으로 사용하던 그 많던 장아찌 독들이 가득하였지.
지금도 엄마가 직접 키워서 고추장에 담가서
우리의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셨던 엄마표
그 장아찌들이 그리워서 가을이면 무를
끄득끄득하게 말려서 고추장에 넣고 간장에도
담가서 먹어보지만 학창 시절 엄마가 도시락
반찬으로 담아 주셨던 그 엄마표 장아찌 맛이 아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도 못하시고 누워만 계신 엄마
엄마는 하루하루 고통가운데 계신데 난 이렇게
엄마가 싸주셨던 그 옛날 엄마표 그 손맛이 생각이 나고
어디에서나 장독대만 보면 유년시절 머리에 흰 수건을 쓰시고
장독대가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으시던 엄마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2024년 8월 28일 논산 명재고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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