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옥잠화가 피었다.
그런데 이 옥잠화가 밤에만 핀다.
달맞이 꽃처럼 낮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밤이 되면 그 고운 향기를 머금고 활짝 피어서 은은한 향기를 발한다.
하얀 꽃이 얼마나 고운지 거기에 향기가 너무 좋아 발길을 멈추게 한다.
새하얀 옥잠화가 피어있는걸 보면서
어릴 적 여름 밤 초가지붕에 밝은 보름달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세 하얗게 피어나던 박꽃을 생각나게 한다.
우리 어릴 적엔 초 지붕에 박꽃이 하얗게 피고
보름달 같이 둥근 박이 열리고 그 박이 여물면
그 박을 따서 속을 파고 삶아서 말리면 멋진 바가지가 되었다.
그것을 그릇대신 쓰기도 하였는데…
지금은 그 멋스런 바가지를 보기도 힘들고
박꽃을 본지도 정말 오래되었다.
호박꽃은 아직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지만
무더운 여름날 보름달빛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새하얗게 피어나던 그 박꽃은 우리 곁에서 사라져 버렸다.
고운 향기 머금고
새하얗게 피어난 옥잠화를 보니 어릴 적 곱게 피어나던 그 박꽃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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