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하시는 엄마는 꽃밭과 집 주위에 온통 꽃을 심어놓으셔서
봉숭아 백일홍과 겹삼잎국화가 한창 곱게 피어 있다
이런 여름날이면 이 봉숭아꽃을 따서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아버지께선
우리형제들 손가락에 곱게 봉숭아물을 들여주곤 하셨던 겹봉숭아꽃
꽃송이가 너무커 우리의 주먹만하다고
우리가 주먹봉숭아라 이름붙여준 겹봉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손톱에 물들여 줄 사람도 없는데...
유난히 꽃을 좋아하시는 엄마때문에 집 주위에는 온통 꽃길이다
백일홍을 유난히 좋아하시는 울 엄마
올해도 엄마의 꽃밭과
집주위에는 이렇게 백일홍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꽃송이가 양푼만한 다알리아꽃도 한창이고
친정집 담장아래 피어있는 닭의장풀
장독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겹삼잎국화
친정집 텃밭 언덕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사위질빵꽃
칡꽃
박주가리꽃과 제비나비
취나물꽃
친정집 텃밭에 피어있는 동부꽃
평생을 땀을 흘리시면서 가꾸시던 아버지의 분신과도 같은 집앞의 우리 논에선
여름을 잘 이기고 벼이삭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농사를 못지어서 다른사람의 손에서 지어지는 농사지만
집앞에 바로 있으니 아버지는 늘~
자식이 커가는것을 보듯이 자라는 농작물을 흐믓하게 바라보시는 논이다
친정칩 들녘엔 여름의 장맛비를 잘 이기고
곡식들이 알알이 영글어가고 있었다
공주 정안의 밤곳인 친정동네는 지금 밤알이
소담하게 영글어 가고 있다
집앞 텃밭의 호두나무는 비가 많이 와서 탄저병이 걸려
나무에 달려있는 호두가 모두 썩고 있었다
해마다 친정에서 호두를 갖다 먹었는데 올해엔
호두를 못얻어 먹겠다.ㅋㅋ~~
산사나무열매
친정 이웃집 고추밭인데 잦은 장맛비에 고추도
병에걸려 다 쏟아지고 있었다
다래나무에 다래가 주렁주렁
으름덩굴열매
으름덩굴열매
친정집 텃밭 언덕에 열린 호박
수수도 영글어가고 있고
조이삭도 풍성하게 영글어가고 있고
친정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저수지의 모습
친정아버지의 말씀엔
일정때 만들어 졌다고 한다
아버지 저 00 애미예요 별일 없으세요? 그래 별일 없어 너도 편안하냐
아이들도 다 잘 있고
네~
이건 지난 목요일날 친정아버지와의 통화내용이다.
지난6월에 남미에 살고 있는 동생이 나와서 한달 넘게 있으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형제들과 가족여행을 다녀와서 7월초에 동생이 들어가고
큰아들 이사에 작은아들이 한국으로 휴가를 와서 일주일 쉬고 돌아가고
인천에 사는 여동생과 부모님을 모시고 집에서 가까운 마곡사 계곡에
부모님을 모시고 하루 쉬다 오자고 약속을 하였는데
계속 비가 내리는 바람에 모임이 취소되어 부모님을 뵙지 못해 친정에 내려갔다 오려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집으로 전화를 드렸는데 엄마가 전화를 안받으셔서 아버지 핸드폰으로
전화를 드리고 엄마에게 말씀 드려 달라고 말하고는
내일 아침 내려가서 집에서 가까운 곳에있는 저주지로 놀러 가서
그곳에서 점심식사하고 오자고 준비하고 계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금요일 날 아침 일찍 내려가다 시부모님 산소에 들려서 친정에 갔더니
우리를 기다리고 계셔야 하는 부모님이 안계시고 대문이 닫혀있다.
어디가셨나하고 기다리다 아버지를 찾아나서려 하는데 아버지께서 밭에서 내려오신다.
김장배추를 심었는데 비가 많이 내려서 녹아버린 자리에
모종을 다시 심으셨다고 하시면서...
연세 많으셔서 힘들다고 아무것도 심지 말라고 하는데도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당신 고집으로 또 김장배추를 심으신거다.
아무리 말려도 평생을 농사를 지시며 살아온 분이라서 놀면 더 몸이 안좋다고
소일거리가 있어야 건강하시다면서 고집스럽게 배추를 심곤 하신다.
엄마는 어디 가셨느냐고 하였더니 아랫동네 초상이 나서 그곳에 가셨다고...
우리가 아침에 내려온다고 하였잖아요 하니
아버지께서 네가 언제 내려온다고 하였냐고
그럼 우리 내려오는 거 엄마한테 얘기 안 하셨냐고 하니 안 했다고 하신다.
우매~
이게 무슨 일인가!
연세가 87세 90이 가까워도 정신이 좋으시고 관절이 안 좋아서 무릎관절 수술하신거 외엔
엄마와 달리 건강하셔서 걱정을 안 했는데 어제 저녁때 약속하고 준비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아침에 내려왔는데 딴소리를 하신다.
아랫동네에 내려가서 엄마를 모시고 아버지랑 친정동네에서 가까운
저주지에가서 둘러보고 식사를 하고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올라왔다.
내려가기 전 부모님을 모시고 마곡사 계곡을 가려고 약속을 하고 집으로 전화하여
아버지와 동생이 몇 번씩 전화를 한걸로 아는데
그 인천여동생도 요즘 전화가 없었다고 말씀하시는 우리아버지
나와 약속한 것도 동생한테 전화온것도 어쩌면 그렇게 까맣게 잊으셨을까
연세 많으셔도 아직까지 한번도 그런 적이 없으시고 기억력이 젊은 우리보다
좋으시던 아버지 이셨는데 그런 아버지를 보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눈물이 나온다.
집 앞에 한창 곱게 피어있는 봉숭아꽃을 사진에 담으면서 어린 시절 이런 여름 밤이면
마당에 멍석 깔아놓고 멍석옆 화로에 모깃불을 지펴놓고 저 봉숭아 꽃을 찧어 손톱에 얹어서
명아주 잎으로 곱게 싸매주시던 그 자상하고
우리에게 정말 다정하셨던 아버지가 어제 말씀드린것도 까맣게 잊고
언제 내려온다고 하였냐고 하시는 말씀을 하시는걸 보니 우리 아버지도
다른 어르신들이 겪는 일을 겪고 계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내린다.
'살아가는 이야기 > 가족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며느리 마음을 편지로 받고보니 (0) | 2011.11.06 |
---|---|
성묘가는 길 고향길에서 만난 풍경들 (0) | 2011.09.13 |
부모님에게 자식이란 ? (0) | 2011.07.01 |
충주호 유람선에서 (0) | 2011.06.19 |
어버이 날 낳아 기르시고 (0) | 2011.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