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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살찌우는 글들/(詩)모음

민들레

by 밝은 미소 2013. 4. 2.

 

민들레

 

 

 

민들레 연가 / 이해인

은밀히 감겨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러 풀어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날마나 봄 하늘에 詩를 쓰는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 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얇은 씨를 날리면

춤추는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해에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민들레/ 최동현

 

 

먼 산엔 아직 바람이 찬데

가느다란 햇살이 비치는

시멘트 층계 사이에

노란 꽃이 피었다

나는 배고픈 것도 잊어버리고

잠시 황홀한 생각에 잠긴다.

무슨 모진 그리움들이 이렇게

고운 꽃이 되는 것일까.

모진 세월 다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살아온 나를

이렇듯 정신없이 붙들고 있는 것일까.

작은 꽃 이파리 하나로로 문득

세상은 이렇게 환한데

나는 무엇을 좇아 늘 몸이 아픈가

황홀한 슬픔으로 넋을 잃고

이렇듯 햇빛 맑은 날

나는 잠시 네 곁에서 아득하구나.

 

 

 

 

 

 

 

민들레/ 손정호

풀씨로 흩날려 산천을 떠돌다

못 다한 넋이 되어

길가에 내려 앉았다

곧은 심지를 땅 속에 드리우고

초록이 어두워 대낮에도

노랗게 불 밝히며

겸손되이 자제 낮춘

앉은뱅이 꽃이여!

불면 퍼지는 하이얀 씨등

바람결에 흩날려도

머무는 곳 가리지 않는

떠도는 넋이여,

끝없는 여정이여!

뜯겨도 짓밟혀도

하얀 피로 항거하며

문드러진 몸을 털고

다시금 고개 드는 끈질긴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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