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민들레 연가 / 이해인
은밀히 감겨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러 풀어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날마나 봄 하늘에 詩를 쓰는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 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얇은 씨를 날리면
춤추는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해에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민들레/ 최동현
먼 산엔 아직 바람이 찬데
가느다란 햇살이 비치는
시멘트 층계 사이에
노란 꽃이 피었다
나는 배고픈 것도 잊어버리고
잠시 황홀한 생각에 잠긴다.
무슨 모진 그리움들이 이렇게
고운 꽃이 되는 것일까.
모진 세월 다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살아온 나를
이렇듯 정신없이 붙들고 있는 것일까.
작은 꽃 이파리 하나로로 문득
세상은 이렇게 환한데
나는 무엇을 좇아 늘 몸이 아픈가
황홀한 슬픔으로 넋을 잃고
이렇듯 햇빛 맑은 날
나는 잠시 네 곁에서 아득하구나.
민들레/ 손정호
풀씨로 흩날려 산천을 떠돌다
못 다한 넋이 되어
길가에 내려 앉았다
곧은 심지를 땅 속에 드리우고
초록이 어두워 대낮에도
노랗게 불 밝히며
겸손되이 자제 낮춘
앉은뱅이 꽃이여!
불면 퍼지는 하이얀 씨등
바람결에 흩날려도
머무는 곳 가리지 않는
떠도는 넋이여,
끝없는 여정이여!
뜯겨도 짓밟혀도
하얀 피로 항거하며
문드러진 몸을 털고
다시금 고개 드는 끈질긴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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