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늦가을 찍은 박주가리열매
무더운 여름 날 아름다운 꽃을 피워 눈을 즐겁게 해주던 박주가리
가을햇살을 받아 탱글탱글 씨방이 여물더니 겨울이 되니
속살이 터지는 아픔을 참고 드디어 고운 솜털 같은 씨들을
멀리멀리 날려보내고 있다.
새 해안 솜털을 날리면서 어디론가 날아가는 씨앗들
먼~
길 떠나 어디론가 날아가 다시 살포시 땅에 내려앉아
내년 봄엔 새파란 싹을 틔워 또 아름다운 일생을 시작하겠지.
모든 씨앗 날려보낸 텅빈 박주가리 깍지를 보면서
자식들 낳아 고이 길러 모두 떠나 보내고 빈 쭉정이같이
늙어 힘 없이 힘든 시간 보내고 있는
울 엄마 얼굴이 그 속에 겹쳐져
왠지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촉촉히 적셔진다.
박주가리열매를 보면서 왠지 여자의 일생이 그 속에
들어있는 것만 같아 가슴이 저려온다.
탄천에 나갔더니 새하얀 씨들을 열심히 날려보내는
박주가리 열매를 보면서도
팔이 아파 멀리 멀리 길 떠나는 아쉬운 모습도 담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모든 씨앗 날려보낸 텅빈 박주가리 깍지를 보면서
자식들 낳아 고이 길러 모두 떠나 보내고
지금은 저 박주가리 빈 깍지같은 모습으로
고향집을 지키고 계신 친정엄마
고이 품고 있던 씨앗 모두 날려보낸
빈 박주가리 깍지 속에서 울 엄마 모습을 보았네.
울 엄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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