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골에 어둠이 내리고 그 어둠 속에서 들려오던 사각사각
눈 위를 걷는 발자국 소리에
들려오던 개 짓는소리만이 조용한 밤의
적막을 깨던 한겨울의 시골 밤은 정말 긴긴밤이었다
그런밤이면 늦가을 된서리를 맞고 익어가던 감을 사과궤짝에
짚을깔아 가지런히 담아 광에 놔두면 추운겨울
영하의 날씨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맛있는 홍시가 되어있는 감을 꺼내어
양푼에 담아놓았다 먹으면 정말 맛이 있던 겨울 밤 간식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화롯불에 고구마 묻어두면 달콤한
군고구마가 되어 꽁꽁 언 동치미 국물과 한겨울 밤
간식이 되어주었던 엄마의 손길이 참으로 그리운 겨울 밤이다.
엄마의 손길을 거쳐 한겨울 윙윙 윙~~겨울바람을 막아주며
울어대던 문풍지 소리며
늦가을 곱게 물든 단풍잎과 코스모스꽃잎들을 모아
창호지 문에 담아 엄마만의 낭만의 자국들을 만들어 놓고
겨우내 등잔불빛에 아름답게 비춰주던 꽃들의 그림자들...
그러나 지금은 그저 그 아련한 추억 속의 아름다움들을 그리워할 뿐
고향의 엄마는 점점 작아지는 모습 속에 이제는 친정 집에
내려가야 엄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지
귀가 점점 어두워져 딸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엄마가 되어가고 계시다
보청기에 의존하던 엄마는
이젠 그 보청기도 귀찮아 사용하시길 거절한다
모든 것이 귀찮아 아예 움직이는 것 조차 힘겨워하시는 엄마.
유난히 꽃을 좋아하시는 엄마였기에 봄부터 늦가을까지
친정집 주위엔 언제나 수많은 꽃들로 물들어갔던
친정 집엔 언젠가부터 점점 더
삭막해져 가더니 이젠 그 흔한 봉숭아 꽃도 찾아볼 수 없는
엄마의 꽃밭이 되어버렸고 백일홍을 유난히 좋아하여
여름날 백일홍과 봉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엄마의 꽃밭은 주인의 손길이 끊어진지 오래
91세 된 아버지 며칠 전에 담낭에 담석이 있어
수술을 받으시고 열심히 운동하고 계시는
아버지 와는 반대로 날로 점점 쇠약해져 가시는 엄마
작년에 어깨회전근개로 수술을 하시고는 34kg의 몸으로
재활을 하시는 건 엄두도 못 내어 지금은 그저
겨우 아픈 것만 면하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 엄마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여 계시는 동안 또
아들네로 가신 86세의 엄마
젊으셔서는 깔끔한 성격에 하루도 자식 집에서
주무시기를 마다하셨던 엄마
이젠 당신 몸 하나 힘겨워하시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아들네로 가계신 엄마 생각에 자꾸만 마음이 무너진다.
엄마와의 아름다운 추억들은 여전히 이 겨울 밤
내 가슴에 살아 꿈틀대는데
엄마의 그 향기는 내 온몸을 그리움으로
물들여 가고 있는데 엄마는 자꾸만 자꾸만 작아지고
아!
생각만해도 가슴이 아파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엄마와의 추억 엄마의 그 향기가 진한 그리움되어 눈물이 되어 이 밤 내 가슴을 아프게 아프게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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