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으로 보니 엄마 아버지 우리가 탄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이렇게
손을 흔들고 계셨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부모님을
급하게 찍었더니 노출도 맞지 않고 사진이 흔들렸다
歲月 그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다
10년 전 일본 후지산을 여행하였을 때만 해도 이렇게 건강하시고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언제고 전화하여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전화로 엄마 목소리도 듣기 힘들어졌다
사진을 찍는 딸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시는 아버지
엄마는 사진찍는것도 귀찮아 하시는 모습이다
그래도 머리가 반백이 되어가는
딸의 모습이 안쓰러우셨는지 너도 벌써
머리가 반백이 되어가는구나! 하시면서 안타까워하시는 엄마셨다
떠나는 딸을 배웅하러 나오신 부모님
떠나는 딸을 향해 한없이 손을 흔들고 계시는 부모님 모습
추석날 아침 예배 드리고 나서 고향의 부모님께 전화 드렸더니 아버지 하시는 말씀
이젠 몸이 말을 안 들어 명절도 쉬러 못 갔다고 하신다
아버지! 아버지 연세가 몇이신데
명절을 쉬러 가요 아들들이 큰댁으로 갔으면 됐지.
그렇게 아버지와 명절 안부를 묻는 전화통화를 하고는 명절날은 차도 밀리거니와
남미에 살고 있는 막냇동생 제부가 누님댁에 왔다가 들린다고
연락이 와서 내려가지 못하고 토요일 날이나 가려 하다가
토요일 날 비가 내린다는 예보라서 16일 새벽 5시 40분에 분당 집을 떠나서
조치원 시댁산소에 가니 7시이다.
산소에 들려서 아버지한테 지금 시댁산소라고 전화를 드리고 친정인 공주 정안에 들리니 8시이다.
집에 도착하니 아침상을 물리신 아버지는 부엌에서 커피를 타고 계셨다
벌써 몇 년째 엄마대신 집안일을 하시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부모님께 커피와 과일을 깎아드리고 앉아서 이야기 하면서 속으론 눈물을 삼킨다.
이젠 부모님 연세가 92세 87세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향을 떠나기 싫다고
고향집을 고집하고 살고 계시는 부모님.
부모님이 결혼하고 우리 6남매를 낳아 기르시면서 69년을 살아오신 그 고향집
떠나기 싫어하시는 것은 당연하신 일 그러나 당신들이 몸이 불편해서
자식한테 가셔서 사시면 좋으련만 아파트는 닭장 같아서 답답하여
숨이 콱콱 막힌다고 이틀 밤을 견디지 못하는 부모님
지난 여름 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8월 중순 엄마가 몸이 안 좋으셔서 동생이 엄마를
모셔갔는데 아들한테 가시라 하니 너희 엄마만 보내고 난 고향에서 살란다 라고
고집을 부리시는 아버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
동생 집에 가신 엄마도 며칠을 계시다 견디지 못하시고 고향집으로 내려가셨다.
그러나 그 고향집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는
부모님이 계시기에 고향을 그리워하고 그 고향으로 달려가는지도 모른다.
엄마는 꽃을 좋아하셔서 온통 집 주변과 엄마의 정성이 담긴 꽃밭엔 꽃들이 피고 지고
특히 백일홍을 무척 좋아하셔서 색색의 백일홍이 온통 집을 물들이고
비가오는 날이면 키 작은 채송화가 장독대 돌틈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피어
여름날이면 비닐우산을 쓰고 우산 위로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한없이 채송화를 바라보았고
봉숭아 꽃이 피면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모기를 좇으면서
마당에 멍석 깔아놓고 누워서 금방이라도 별이 머리위로
쏟아질 것만 같은 별들을 헤며 열 손가락에 봉숭아물을 곱게 들여주시던 아버지의 손길.
가을이면 집 주변에 구절초가 온통 뒤덮였던 그 고향집은 지금은 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아 꽃한 포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게 꽃을 좋아하셔서 봄부터 늦가을까지 꽃을 피우고 그것도 아쉬워서
늦가을이면 모든 문들에 창호지를 바른 후 손잡이 부분에 곱게 말린
단풍과 코스모스꽃잎 등 갖가지 꽃잎들을 붙여놓고 말려서
꽃이 없는 겨울에도 등잔불에 은은하게 비추던 갖가지 꽃잎들을
볼 수 있도록 그렇게 꽃과 더불어 사시던 엄마는
이젠 더 이상 집안에 꽃을 심지 못하신다.
지팡이에 의지 하지 않으시면 한 발작 걸으시는 것도
힘겨워 하시면서도 그 고향집을 떠나지 못하시고 고향집을 지키고 계시는 부모님이시다.
그 엄마가 오늘도 동구 밖 자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계신다
아!
부모님이 떠나지 못하고 오늘도 지키고 계신 그 고향은
언제나 엄마 품처럼 나를 품어주고 있고 엄마와의 아름다운 추억들은
여전히 내 가슴에 살아 꿈틀대는데
엄마의 그 향기는 내 온몸을 그리움으로 물들여 가고 있는데
엄마는 자꾸만 자꾸만 그렇게 작아지고 아기가 되어가고 계신다.
전화로도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歲月이 야속하다 엄마! 난 언제까지 엄마란 이 이름을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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