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가리
집에서 5분 거리의 탄천만 나가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박주가리
여름에 꽃을 피우고 열매가 열려 한여름 뜨거운
햇살에 탱글탱글 여물어 늦가을이면 두꺼운 깍지가 터져
바람에 하얗게 쏟아져 날아가는 박주가리 씨앗들.
그렇게 흔하게 보던 박주가리가 왕성한 번식으로 인해
다른 나무들에 기어올라 나무를 괴롭히니
꽃이 피기 시작하기 전 탄천을 관리하는
아저씨들에 의해 모조리 뽑혀 없어지더니 이젠
내가 접근 할 수 없는 높은 곳에 매달린 몇 개의
씨앗들만이 새하얀 털을 휘날리면서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탄천에 운동을 나가면 늘~ 쉽게 만날 수 있어 해마다 나의
사진 소재가 되어주던 수많은 박주가리 열매들
그러나 이젠 그 박주가리 열매도 쉽게
볼 수 가 없게 되어 어디론가 박주가리
열매를 찾아 길 떠나지 않으면 볼 수 가 없는 열매가 되었다.
수많은 씨앗 품에 안고 있다 아픔으로 껍질 깨고 어디론가 날려 보내는 아쉬움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하얗게 날아가는 씨앗들 멀리 훨훨 날아가
어딘가에 떨어져 따스한 봄날이 오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또 열매가 달려
나에게 그 아름다움 보여주듯 누군가에게 새하얀 속살을 보여주겠지.
훨훨 자유의 몸 되게 모든 씨앗 날려보내고 텅 빈 깍지 되어 있지만
씨앗을 품고 있었던 그 아름다운 추억 보고싶은 마음
고이 간직한 채 또다시 아픈 시간 보낼꺼야
그것이 바로 빈 깍지의 숙명이니까
모든 씨앗 날려보낸 텅 빈 박주가리 깍지를 보며 자식들 낳아 고이 길러
모두 떠나 보내고 빈 박주가리 깍지처럼 늙고 힘 없어
힘든 시간 보내고 있는 울 엄마 얼굴이 그 속에
겹쳐져 왠지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촉촉히 적셔진다
텅 빈 박주가리 열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왠지
여자의 일생이 그 속에 들어있는 것만 같아 가슴에 휑하니 바람이 인다.
모든 씨앗 날려보낸 텅빈 박주가리 깍지를 보며
자식들 낳아 고이 길러 모두 떠나 보내고
지금은 저 박주가리 빈 깍지같은 모습으로
고향집을 지키며 자식을 향한 그 진한
그리움으로 하루하루 살아 가시는 천정엄마
고이 품고 있던 씨앗 모두 날려보낸 빈 박주가리
그 텅빈 깍지 속에서 울 엄마 모습을 보았네 울 엄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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