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인 여름날, 숲 속에서/연규흠권사
소낙비 지나간
한여름 숲 속
계곡 바윗돌 그늘 이끼 푸르고
실개울은 촐촐 몸이 불었다.
미처 지나가지 못하고
거미줄에 걸린 하얀 빗방울에
하늘이 잠기고
커다란 상수리나무가 잠기고
햇살 몇 가닥도 잠겼다.
삐릭 삐리릭 노래하던 노랑할미새
가만히 숨죽이고
머루덩굴 타고 놀던 바람은
술패랭이꽃 아래
무릎을 꿇었다.
엄마 분내처름 은은한 그 향기
내 발걸음도 멈춘다.
비 개인 여름날
고요한 숲 속에 서면
모든 것 내어주고
스스로 낮아짐의 미학을 가르쳐주는
작은,아주 작은 그들이 보인다.
그 분의 마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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