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송이가 내리네

맥문동 잎새에도 눈이 하얗게 쌓였고

 

 

 

 

 

 

첫눈 오는 날 만나자/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아파트 화단에 있는 조릿대 위에도 눈이 하얗게 쌓여있고

 

 

 

 

 

 

 

 

 

 

 

베란다에서 기르다 키가 너무 크게 자라서

감당이 안되어서 집 앞 화단에 옮겨 심은

남천에도 눈이 하얗게 쌓였는데

지난주까지만 해도 남천 열매가 빨갛게

익어 매달렸던 열매가 있었는데 어느새

새들이 모두 따먹어 버려 푸른 잎만 무성하다.

 

 

 

늦게 까지 단풍이 남아있었는데 좀 일찍 눈이 내렸으면

고운 단풍잎 위에 소복이 눈이 쌓여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을 텐데 너무 늦게 눈이 내려서 떨어지지 않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단풍이 바싹 마르고 색이 바래서

눈이 쌓였는데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네.

 

12월 초에 눈이 내렸지만 몇 분 정도 날리다 그쳐버린

첫눈 인지라 내린 눈이 쌓인 것은 어제 오후 내린

눈이 처음이라서 첫눈이라고 해야 될 것 같다.

눈이 내리는 모습을 거실에서 바라보다 카메라를 메고

밖으로 나가는 나를 보고 재훈 할아버지 뒤에서 애고!

손녀 재아보다 더 한 우리 집 할매라고 한마디 하고 있네ㅋㅋ~~

 

 

 

 

 

 

눈 내리는 동영상을 담았는데 너무 진하게 찍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