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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살찌우는 글들/(詩)모음

바람부는 날 의 풀 /류시화

by 밝은 미소 2007. 5. 24.

 

 

  

바람부는 날 의 풀

                                           ㅡ류시화ㅡ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세상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