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남도를 여행하느라 집을 나서 달리면서 길 위의 풍경들을 보니 누렇게 익은
벼들은 벌써 모두 베어지고 벼를 벤 흔적들만 남아있어 아쉽다 하며 경기도를 벗어나
충청도까지 다 베어진 풍경들만 보이더니 전라도에 들어서면서 들녘엔 누렇게 벼들이
남아있어 여기저기 타작하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달리는 차를 세울 수는 없으니 운전하는 재훈 할아버지에게 속도를 줄여 달라고
부탁을 하고 차창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을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면서 지나갔다.
그래도 흔들림이 적은 한두 개 사진은 건질 수 있을 거 같아서
요즘은 농촌에도 농기계들이 발달하여 농사를 짓기 참 수월해진 모습 들이다.
콤바인으로 벼를 베면 베는 동시에 탈곡까지 되어 아래로 자루에 하나 가득 담긴
알곡들이 뚝뚝 담아져 자루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내 유년시절엔 사람이 낫으로 하나하나 그 넓은 논의 벼들을 베어 낟가리를 해서
쌓아놨다가 벼가 바람에 마르면 지게나 경운기로 날라다 집 앞마당에 쌓아놓아
벼를 탈곡하는 날을 따로 잡아 탈곡을 하여 광에 채워 넣었는데 말이다.
가을날 벼가 누렇게 익어 벼를 벨날 이 오면 아버지는 논의 물을 빼느라 삽을 가지고
물길을 내어 물을 빼시느라 삽질을 하시면 난 큰 박게스를 들고 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면 아버지가 삽질을 하는 동시에 꾸물꾸물 통통한 미꾸라지가 나오면 아버지의
삽질이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박게스에 미꾸라지도 점점 많아지곤 하였는데 그 잡은
미꾸라지를 아버지께서 손질을 해주시면 엄마는 텃밭에서 무를 뽑아 맛난 매운탕을 끓여주시곤
하셨던 기억이 가슴속에 아련히 남아 있는 추억인데 콤바인 한대가 온 논을 오가면서 알곡이
뚝뚝 포대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우리 부모님 세대가 얼마나 힘들게 세상을 사셨는지 새삼 가슴이 아파온다.
달리다 보니 벼를 벤 논에는 어느새 양파를
심어 양파가 파릇파릇 싹이 자라고 있는 풍경들.
벼들이 누렇게 남아있어 막 타작을 하는 논들을
지나다 보니 이렇게 벼를 벤 자리의 흔적들이
쓸쓸한 풍경들을 보여주고 있는 논들이 더 많았다.
조금 더 달리다 시골길로 접어들었는데 가다 보니 집 앞에서
도리깨로 콩을 털고 계신 아저씨 한 분을 만났다.
정말 몇십 년 만에 보는 풍경에 차를 옆으로 세워달라 하여
내려서 멀리서 아저씨의 도리깨질을 하시는 모습을 담았다.
콩이나 팥 등을 두들겨서 알갱이를 털어내는데 쓰였던 도리깨.
가끔씩 TV에서 보았던 장면들인데 내가 눈으로 직접 만난
것은 50년도 훨씬 넘은 듯하다.
유년시절 아버지 엄마가 도리깨로 콩을 털던 생각이 나서
도리깨질을 하시는 아저씨의 뒷모습에서 지금은 안 계신
친정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나면서 환하게 웃으면서
고향에서 날 기다려 주시던 아버지 생각이 울컥했던 장면이다.
이런 늦가을날 청국장을 해놓고 전화 주셔서 가져가라고
하시던 한없이 따스했던 아버지의 그 음성이 그리운 날들이다.
같은 사진인 듯 하지만 도리깨질을 하시는
순서대로 올려놓은 사진들이다.
한 장 한 장 도리깨가 위치가 바뀌어 있는 모습이다.
아저씨가 도리깨질을 하던 바로 옆의 논에는
아직도 노랗게 익어있는 벼가 남아있는 모습.
전라도 어느 지역을 지나다 보니 길가 가로수 아래로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가로수 대신 긴~ 도로 옆으로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어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내릴 수가 없어서 지나가다 한컷 담아온 구절초의 아름다움.
10월 27일 창녕 우포늪에서 사진을 담고
해가 중천에 떠있는데도 달리다 보니
안개가 자욱하여 들녘의 풍경들이 더욱
쓸쓸한 풍경들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우리 부부가 오지 여행을 즐기는 것도 고향이
농촌이고 유년시절 보고 자란 그 풍경들이
그리워 늘~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오지여행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유년시절 저녁연기 모락모락 피어나고 초가지붕의
그 소박했던 가슴 따스해지는 고향의 정서는
늘~나를 고향을 그리워하게 하는 지금도 내 가슴속 깊이
남아 오늘 내 속에 자리잡고 있는 감성들을 만들어 주었다.
지난 남도여행도 코로나의 여파도 있었지만 사람이 없는
해안가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 100선을 찾아 달렸던 여행이었다.
지난 10월 26~28일까지 남도를 여행하면서 만났던 길 위를 달리면서 만난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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