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늦가을 낙엽이 뚝뚝 떨어져 누워있는
거리를 바라보면 일년 전 그 일이 생각난다
낙엽만 남기고 떠나가버린 가을처럼
사랑하는 친구를 차가운 땅속에 묻고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으면서 차디 차가운
아픈 마음을 안고 돌아서든 그날의 아픈 기억이……
내가 오늘 아픈 그 기억을 되살린 것은 한 통의 전화였다.
일년 전 이렇게 낙엽이 흩날리던 늦가을 어느 날 친구를 땅속에 묻고 돌아서며
통곡하던 그 친구 남편이 장가를 간단다.
축복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난 왜 축복해 주어야 하는 마음 보담 먼저 떠난
그 친구가 더 생각나면서 마음이 아플까...
너무 일찍 떠난 그 친구를 생각하면서 다시 그 날들이 생각이 난다
56살 두 아들을 다 키워놓고 며느리 하나 못보고 이 땅을 떠난 그 친구가…
그 친구와는 한 동네에서 소꿉장난하며 자랐고 함께 학교를 다닌 동창이다.
앞 뒷산에 가로막혀 하늘만 보이는 그 아늑한 골짜기에 자리잡은 나의 고향 공주
뉘엿뉘엿 저녁 해가 넘어가며 낙조(落照)가 드리우면 초가집 굴뚝에선
저녁 연기가 모락 모락 나는 그런 그림 같은 곳에서 우리는 봄이면 진달래를 따서 먹고
개울가에서 가재를 잡고 봄이 사라져 가는 끝자락엔 버찌와 오디를 따서 먹으며
까맣게 묻든 입술을 서로 바라보면서 까르르 뒹굴면서 웃고 여름이면 산딸기 따먹고
가을이면 다래와 머루를 따서 먹으면서 우린 꿈 같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
여름 밤이면 별빛 쏟아지는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 굽이쳐 흐르는 은하수를
바라보면서 별들을 함께 헤아리던 그 아름답던 별 밤의 기억들…
마당의 모닥불에 감자 구워 먹으면서 부엉이가 우는 밤도 우린 무서운 것을 모르고
수다를 떨곤 했었다.
그리곤 붉게 물든 노을아래 보랏빛 고운 빛을 좋아하던 노을 같은 꿈을 새기던 두 가시내는
시집 한권씩을 손에 들고 고향뒷산 호젓한 오솔길을 걸으면서 詩를 읊었고
이렇게 낙엽이 뚝뚝 떨어지는 늦가을이면 고갯길 넘는 가을 나그네 처럼 낙엽이 뒹구는
길가의 노오란 은행잎을 책갈피에 끼워 넣으면서 그렇게 가을을 보내면서
우리는 꿈을 안고 성장했고 그후 성년이되어 우린 서로의 반쪽을 만나서 결혼을 했고
그 친구와 난 아들만 둘씩 낳아 기르면서 한때는 서로가 라이벌 의식을 하면서
그렇게 아이들을 키웠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예수님을 나의 구주와 주님으로 영접한 후 라이벌 관계는 더 이상
유지되지 않았지만…
나는 기독교 그 친구는 불교라 만나면 서로가 토론도 많이 했지만 그렇게 우린 서로를
존중 하면서 나이들어 늙어가는 아름다운 날들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가 암으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사형선고를 받고 투병하는
시간 동안 그 친구와 함께 고향들판을 헤맸던 가슴 저~ 밑바닥에 자리한 그 아름답던
추억의 편린들을 주워 모으면서 너무 힘들어 몇날밤을 하얗게 새웠던 그 밤들…
투병생활을 일년 동안 하던 그 친구는 사나운 바람이 불어 이리저리 낙엽이 흩날리던
늦가을 어느 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름이 되어 떠나가 버렸고
그 와의 아픈 기억이 그리움의 여운만 남아 한송이 흐느끼듯 넋이 되어 오늘도
나는 또하나의 그리운 그림자를 찾는다.
그렇게 건강하게 살아오던 그 친구가 세상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큼 잘 키워놓았던 두 아들
서울대 서강대를 졸업한 자랑스러워 하고 사랑하던 두 아들과 남편을 이 땅에 남겨놓고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길을 떠난 그 친구를
차가운 낙엽이 쌓인 가을 산에 묻고 돌아서던 날 그렇게 서럽게 서럽게 꺼억 꺼억 울던
그 친구 남편이 장가를 간단다.
축하해 주어야 하는데 왜 축하해 주어야 하는 마음 보담은 먼저 떠난 친구가 생각나면서
그 아내가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장가를들어 하는 서운한 생각이 더 크게 마음에 자리할까?
그 친구 남편도 사랑하는 아내를 그렇게 보내고 참 많은 시간을 힘들게 보냈을 텐데…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는가 보다 이 땅에 남겨진 자들은 그래도 어떻게 살아간다고
떠난 사람만 불쌍하다고…
얼마전 2년 전 갑자기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직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를 만나고
돌아왔다 그 친구는 2년 전 딸의 결혼식을 2개월 남겨놓고 평소에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하는
남편을 데리고 병원에 가니 담관암 말기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되어 수술도 못하고 2개월
밖에 더이상 살 수 없다는 그래서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딸의 결혼식 날 사경을 헤메느라 결혼식장도 못 가고 딸 결혼식을 치르고 6일만에 세상을
떠난 남편을 떠나 보내고 아직도 힘들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 친구 말이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남겨진 자는 그래도 살아갈 수 있다며
죽은 사람만 안됐다는 그 말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아느냐고
얼마나 고통스러운 말인지 아냐구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는걸 들었다.
그래도 그 친구는 남편이 떠난 후 더 열심히 자신을 주님께 드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봉사로 단기선교로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사랑하는 남편을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내고 같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두 친구의
가정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자녀들에겐 엄마가 더 오래 남아주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혼자 하게 된다 이런글 남편들이 보면 화를 낼까?
그 두 친구 가정을 바라보면서 요즘 난 종종 죽음이란 걸 깊이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 길인 이 땅에 살면서 정말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채 잠시 있다 없어지는 보이는것을 좇아 살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우리에게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모를 죽음을 준비하면서 살아야 함을 다시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 우리는 늘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 남편과 아내이기에 내 옆에 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바라볼 수 있는 그대가 있기에 그 시간들이 소중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삶이
되어야 함을 오늘도 내 곁에서 변함없이 날 지켜주는 아내에게 남편에게 오늘도
당신이 내 곁에 있기에 나는 행복할 수 있고 감사할 수 있다고 고백하는 날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날 예기치 않은 죽음으로 인하여 날 떠난 반쪽을 생각하면서 꺼억 꺼억 울면서
후회하는 바보 같은 삶이 되지 않기 위해 흘러간 시간은 다시 되돌아 올 수 없고
후회는 아픔만 남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오늘도 나의 반쪽 아내에게
남편에게 최선을 다하는 삶이 되어야 됨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 친구와의 아름답던 그 추억들 그때의 옛 이야기들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나날이 생생한 기억 속에서 부질없이 나를 울린다.
어린시절 그 아름답던 그 추억의 길을 아이들 모두 결혼시키고
둘만이 호젓이 걸어보자 했는데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그렇게 그 친구는 내 곁을 떠나갔다.
그래!
참된 우정은 장미처럼 매혹되지도 않고
양귀비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오직 달밤에 피어나는 하얀 박꽃처럼
우리들의 마음속에 피어있는 한 떨기 꽃이라 했다.
친구야!
너의 그 미소를 내 가슴에 묻고
너의 남편이 먼저 떠나보낸 너를 잊고 새롭게 시작하는 삶행복한 삶이 되길 마음으로 빌어 주어야 되겠다고 다시 생각을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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