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훈이가 떠나던 날
동산 기슭에 하얗게 피어 그 진한 향기 풍겨주던 아카시아 향기가 막 지고
봄이 이별이라 손짓하며 살아져 가고 금방이라도 푸른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던 여름이 막 시작되던 날
며느리가 육아 휴직으로 2년간 쉬던 직장을 복직하면서 막 돌이 지난
손자녀석이 할머니 집으로 오던 날
어린 것을 떼어놓고 가는 며느리의 발걸음도 무거웠겠지만
막 걸음을 시작한 재훈이가 엄마를 떨어지기 싫어하여
울며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던걸
소매 끝으로 닦던 날을 시작으로 재훈이가 할머니 집에서 지내는 시간들이
시작되었고 외국을 드나들어야 하는 재훈엄마 직장일로 출장 길에 며칠씩
집을 비우다 한걸음에 공항에서 집으로 달려온 엄마를 보고 재훈이가
엄마에게 안가니 며느리가 눈물짓던 모습
출장 갔다 와서 재훈이가 감기에 고생하고 코가 막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잠자는 모습을 보고 울던 며느리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많이도 아팠었다.
직장을 그만두라고 해도 손자녀석이 학교 갈 때까지만 직장생활을
한다며 며느리가 복직을 하면서 재훈이가 우리집에와서 살게 되면서
재롱 떠는 재훈이로 인해 매일 웃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기도 하였지만
재훈이 보러 왔다가 재훈이가 자는 밤에 재훈이를 놓고 가야 하는
며느리 가슴아파 하면서 가는 모습과 엄마를 떨어지기 싫어
매달리며 울던 재훈이 모습 보면서 아기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우는 손자녀석이 안쓰러워 눈물 흘려야 했던 시간들
눈이 하얗게 발목까지 빠지던 날 외국 출장길이였던 며느리 대신
감기에 시달리는 손자녀석을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던 일
잠자다 밤에 몇번씩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서 엄마를 찾던
손자녀석을 업어 재우면서 안스러워 눈시울을 붉히던 일
열이 불덩이 같고 토하던 녀석이 할머니 등에 업혀 병원을 가다
핸드폰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벌떡 일어나 할머니 등에서
춤을 추던 재훈이 녀석으로 인해 웃음짓던 일 갑자기 아파서 보채는
재훈이를 데리고 병원응급실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오던 일 등 등
그 동안 내가 작은 아들을 키우고 난 후 33년 만에 손자녀석을 키우면서
손자녀석과 함께 지내면서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할머니 집에서 그래도 무탈하게 잘 자라주며 요즘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재롱을 떨던 재훈이가 얼마 전 외국출장에서 돌아온 며느리가 갑자기
숨이 차고 아파서 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흉막강에 공기가 차 공기가
찬만큼 폐가 압박을 받아 통증이 유발되면서 숨을 가쁘게 하는 기흉이라는
병으로 인해 흉관 잠입 술을 시행하고 외국 출장이 잦은 재훈이 엄마가
아무래도 외국 출장 길 등 직장생활을 하는 데는 무리가 갈 거 같고 또 재발 위험이
많다고 하여 회사에 사표를 내고 집에서 재훈이를 기르기로 결정한
엄마를 따라 오늘 저희 집으로 돌아갔다.
두 아들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공부하느라고 집을 비운 시간과
두 아들 모두 결혼을 하고 자기들의 둥지를 틀고 떠나고 둘이서만 조용하게
살아온 시간이 15년이었는데 손자녀석이 우리 집으로 오면서 온 집안에
장난감이며 손자녀석으로 인해 정신 없이 보냈던 지난 7개월 동안
손자녀석 붙잡으러 좇아가다 팔을 다쳐 지금까지 아물지 않고 고생을 하곤 있지만
그 7개월 동안 정말 손자녀석으로 힘든 시간보다는 즐거웠던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
손자녀석 키우면서 힘이 달려 힘든 시간이 많아서 어렵기도 하였지만
그 손자녀석으로 인해 매일 웃고 살 수 있어서 참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그런 재롱둥이 손자녀석이 막상 저희 집으로 가니 참 많이 서운하다.
7개월 동안 할머니와 살다 엄마아빠와 함께 저희 집으로 돌아가는
재훈이 녀석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빠이빠이~
하면서 손을 흔들고 가는데 손을 흔드는 손자녀석을 보니 자꾸만 눈물이 난다
손자녀석을 보내놓고 할아버지와 함께 집에 올라와서 그 동안 손자녀석과
24시간 함께 뒹굴면서 살았던 방에 들어오니 정이 들어 자꾸만 눈물이 난다.
매일 재롱을 떨면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손자녀석의 얼굴이 아른거려
한참 동안 견디기 힘들 거 같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 탄천으로 걸어서 40분 정도의 거리이고 차를 타면
10분이면 갈 수 있는 멀지 않은 거리에 며느리 집이 있으니
손자녀석 보고 싶으면 우리가 가고 며느리도 손자녀석 데리고
자주 온다고 하고 갔지만 24시간 내 손길을 주면서 키우던 손자녀석이
갑자기 가니 참 많이 서운하다.
그러나 엄마 손에서 자랄 수 있게 된 손자녀석에겐 참 잘된 일이고
며느리도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서 서운하겠지만 재훈이와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좋다고 하니 너무 잘된 일이다.
나이 먹은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라는 것 보다는 엄마 손에서 자라게 된
우리 손자녀석이 무엇보다 행복할 테이니까 할머니 할아버지 서운한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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