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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살찌우는 글들/마음을 담아서

친정 엄마가 그리워지는 꽃들

by 밝은 미소 2020. 9. 15.

고향집 엄마 꽃밭엔 언제나 한여름 이 겹봉숭아가 지천으로 피어있었다.

요즘은 아무리 이 겹봉숭아를 보려 해도 눈에 띄지 않았는데

오늘 다른 아파트 화단에서 이 겹봉숭아꽃을 만났다.

엄마를 만난듯 너무 반가운꽃 우리가 어린 시절 꽃송이가 커서

주먹만 하다고 불러주었던 주먹봉숭아가 거기에 있었다.

난 오늘 이 붉은 겹봉숭아 꽃 속에서 그리운 엄마 모습을 보았다.

 

어린 시절 무덥던 여름 밤이면 화롯불에 쑥을 한아름 베어다 얹어

모깃불을 만들어 놓고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서 금방이라도

머리 위로 쏟아질 것만 같은 별들을 헤이면서 온 식구가 모여 

아버지가 사온 백반에 봉숭아 꽃을 따서 빻아서 손가락 위에 얹고

피마자(아주까리) 잎으로 손가락을 메어주어 손가락마다 붉게

봉숭아 물을 들여주시던 부모님과의 보냈던 행복했던 추억이 그리움으로 밀려오곤 한다.

 

 

 

 

 

 

 

 

유년시절 엄마는 텃밭에 이 도라지를 하나 가득

심어놓으시고 도라지가 크게 자라면 케서

반찬을 만들어 주셨던 정이가는 추억의 도라지꽃이다.

 

 

금송화(메리골드)

 

 

풀협죽도

 

 

부추꽃

 

 

 

 

                                      

백일홍은 울 엄마가 가장 좋아하시던 꽃이다.

마당가 꽃밭에 봉숭아와 이 백일홍을 하나 가득

심어놓으시고 여름 내내 아니 초가을까지

백일홍을 바라보시던 엄마.

 

그러나 지금은 엄마는 그 백일홍이 피고 지는지

전연 기억도 없이 그저 천장만 바라보시며

지금은 당신 곁에 안 계신 진청 아버지의 사진을

보시면서 혼잣말처럼 여전히 대화를 나누시는 엄마.

꽃밭 가득 피어있던 백일홍이 친정집에서 사라진 지도 오래되었다.

 

 

풍접초는 우리 유년시절엔 족두리꽃이라고 불렀는데

이 꽃도 층층이 피고지고 한참을 피는 예쁜 꽃이다.

 

 

분홍빛의 꽃범의 꼬리도 아름답다.

 

 

 

 

 

 

 

 

저녁 해질 무렵이면 피기 시작하는 분꽃.

우리 유년시절엔 붉은색만 보고 자랐는데

요즘은 분꽃도 여러 색들이 피어 예쁜모습이다.

 

 

 

 

 

 

 

 

 

지금은 아스라한 기억 저편 지금도 그때의

기억들이 환상처럼 떠오르곤 한다.

가슴속에 자리한 아름다운 기억들

그 작은 기억의 편린들을 주워본다.

 

난 눈을 감으면 꿈결처럼 그곳에 간다.

여름날 비가 내리면 우두둑 우두둑

비닐우산 위로 떨어지는 그 빗소리가 좋아
파란 비닐우산을 들고 비가 내리는

 

마당가에서 검정 고무신 안에서는

뽀드득뽀드득~소리가 나고

엄마가 심어놓은 장독대 돌틈사이로

얼굴을 내민 키 작은 채송화들을

한없이 바라보던 그 기억들...

지금도 비가 내리면 저만치 환상처럼

서있는 비 내리던 날 그 유년의 기억 속을 헤맨다.

 

 

채송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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