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엔 눈이 하얗게 쌓여있다
아직도 첫눈이 오는걸 볼수없는 이곳에서
마냥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엔 그리고
하얗게 쌓인눈을 보면
나 어릴적 참으로 추웠던 그해 겨울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어린시절을 보낸 나의 고향은
차령산맥의 줄기에 깊고 높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
산에서 다래와 머루를 따서 먹고 냇가에서 가재를 잡던 곳
언제나 눈이 시리도록 프르고 아름다운 자연이
빼어났던 곳이었다.
그래서 겨울에는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쌓였던 기억이 난다.
그해 겨울에는 울 막내 삼촌이 장가를 가는데
우리 집에서 4km 정도 되는 곳에 할머니 댁이 있었는데
눈이 많이 내려서 가질 못했다.
45년전엔 교통편이라야 하루에 몇번 다니는 버스가
전부였던 때라 차가 다니질 않아서 어린 우리는
결혼식엘 참석하지 못하고
아버지와 엄마만 눈을 치워가면서 가셔서
간신히 결혼식에 참석하셨다
첩첩산골이라 하여도 국도가 동네 앞으로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해 겨울엔 아마 눈이 내 허리춤 까지
내리지 않았다 싶다.
겨울이면 몇센치씩 얼어있는 얼음을
깨고 빨래를 빨아야 했던 맑고 맑은그 개울가
그런 자연속에서 봄이면 진달래와 찔래를 꺽어 먹고
냇가에서 가재를 잡고 놀았고
언제나 눈이 시리도록 프르고 아름다운 모습은
많은 세월이 흘러도 그 자리에 언제나
그대로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 아름다운 산들은 깍여 없어지고
교통은 편리하여 졌지만 동네 한가운데로
천안 논산간 고속도로가 나 있어
흉물스럽게 고속도로를 받치고 서 있는 기둥들...
나 어릴적 그때의 모습은 어딜 찾아보아도 보이질 않는다.
참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아스리한 달빛아래 고요한 밤의 적막을 깨고
들려오던 부엉이의 울음소리
어느날은 불빛을 좇아 마루까지 날아 들던 부엉이
너무 맑고 밝아 금방이라도 머리위로
쏟아질 것 같았던 은하수
단오 때면 그네를 매달아 구르던 아름들이 느티나무들...
6km가 넘는 거리를 걸어다녀야 했던 등하교길
가끔씩 미군차가 지나가면서 길가는 어린이들에게
껌과 과자를 던져주던 좁은 그 길은 지금은 4차선
고속화도로로 변하여 있다.
어려웠던 농경사회를 거쳐 70~80년대
산업화를 거치고 2006년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모든것이 편리해지고 풍부해졌지만 농경사회에서
대가족이 서로 나누면서 살던 끈끈한 정과
가족의 따스함은 사라져가고
핵가족시대 엄청난 이혼률과 물질만능주의의
가치관의 혼란 속에
젊은이들의 무질서한 삶을 보면서 산업화로 인해
편리함과 풍요로움은 얻었지만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 속에서
물질적인 풍요가 반드시 삶의 행복과 만족을 주는 것은
아니며 진정한 인간의 행복은 소유가 아닌
이웃과 함께 나누면서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정보화 시대에 살고있는 현재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이기적으로
변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회복해야 되는 것은 무엇인가...
언젠가 읽으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관촌수필의 저자 이문구 선생님이
일락서산(日落西山)과 관산추정(關山芻丁)에서
산업화의 물결로 변하여 가는 농촌의 모습과
도시에서 밀려들어온 소비문화와
퇴폐의 모습으로 전락해버린 고향을 보고 아파했던
그 마음은 그 소설이 쓰여졌던 72년과 76년에서
30년의 세월이 지나 알아보기 힘들게 변하여 버린
오늘날의 농촌모습을 보면서
내가 성장하면서 꿈을 키우던 아련한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아름다운 고향의 변하여진 그래서 그 옛날
그 아름답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는 고향을 바라보면서
아파하는 나의 마음과 같았을거란 생각을 한다.
그때 이문구 선생님께서 관촌수필을 쓰신것은
나 가 아닌 우리 의
관계가 되어져야 하며 산업화로 파괴 되어진
자연을 되찾아 그 자연속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되어져야 하며
저자가 우리에게 남겨주고 싶었던 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인간의 끈끈한 사랑 그리고 산업화의 물결속에
변해가는 과정속에서도 우리가 지켜 가면서
살아야 하는것이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얗게 쌓여있는 눈 그 눈을 바라보면서 그 옛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가슴속에 살아있는
한토막의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초 겨울 이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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