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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나의 이야기(추억노트)

고향친구

by 밝은 미소 2007. 1. 10.
 

  

 

 

 
 

지난 일요일 울 아찌 고향에서 부부동반 동창모임이 있었다.

울 아찌 신발장에서 등산화를 챙긴다.

동창모임이라고 하는데 왠 등산화 하고 묻는 나에게

당신도 등산화 가지고 가지 하면서 내 것까지 챙긴다.

 

1부 예배를 드리고 조금 일찍 고향으로 향했다.

중부지방에 내린 눈으로 부모님 산소에는 등산화를 신었는데도

발이 푹푹 눈에 빠진다.

부모님 산소에 들린 후 모임 시간이 아직은 한 시간은 넘게

남아서 남편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고향의 산을 오르기로 하였다.

준비 없이 등산화만 신고 산에 오른 우리는 산아래

부모님 산소가 보이는 곳에서 한참을 서서 눈 아래 펼쳐지는 설경을 바라보았다.

 

남편이 고향을 떠날 때 나무도 없고 어린 나무들만 있었는데

산엔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산으로 변하여있고 남편은

그 아름들이로 자란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 추억을 좇는 것 같았다.

 

우리가 어릴 적엔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 땔감으로 했으니

산에 나무가 많이 없었다.

그래서 산에서 나는 산나물이며 다래 머루를 늘 따서 먹곤 했는데

지금은 산에 나무를 베지 않으니 숲이 우거져 산엘 들어갈 수가 없어서

고사리도 꺾지 못한다 든 엄마의 말씀이 생각이 난다.

 

남편은 한참을 그렇게 어릴 적 추억을 더듬으면서 감회에 젖는 듯

이곳 저곳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아름들이 나무들이 빼곡히 눈으로

덮인 산을 바라보고 있다.

 

벌써 33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어디 산만 변하였겠는가

흐른 세월만큼 모든 것이 변하여있지......

부모님도 우리 곁을 떠나서 저렇게 흰 눈을 이불 삼아 누워계시고

품 안에 안겨 즐거움을 주던 두 아들은 우리의 둥지를 떠나

자신들의 둥지를 만들고......

검은 머리는 벌써 희끗 희끗 머리에 수를 놓아가고 있고

건강하던 몸은 노쇠하여져 병원문을 찾는 날이 많아져 가고

옛날에는 년 말에 나오는 카렌 다는 무조건 경치 좋은 것만 벽을 차지 하곤 하였는데

이제는 세월이 흘러 작은 글씨의 카렌 다는 아무리 경치가 좋고 그림이 좋아도

벽면을 차지하는 것은 하얀 종이에 크게 써있는 글씨의 달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곤 동그라미 처진 날을 헤아려보니 병원 가는 날이 점점 많아져 가고 있고.....

 

신문을 보려면 제일먼저 돋보기를 찾아야 하고 이렇게 추운 겨울날 산에서 해온 나무로

군불을 지피고 뜨끈한 아랫목에서 이불 속에 발들을 모으고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호호 하하

겨울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를 떨던 그리운 친구들은 하나 둘 이 땅을 떠나고...

 

그렇게 눈 쌓인 산에서 옛 생각에 잠겨서 내려갈 생각이 없는 남편의 옷을 잡아당겨

그곳을 내려와 동창모임의 약속장소를 가보니 친구들은 벌써 점심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모임을 갖고 고향을 지키는 친구의 집을 방문하여 친구들을 위하여 준비된 차와

별미를 먹으면서 금방 땅에서 꺼낸 동치미를 마시니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온 느낌에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고향을 지키고 살아가고 있는 그 친구분은 언제든지 고향이 그리우면 와서 하룻밤

묵고 가라고 사랑채를 만들어 놓고 항상 비워두고 있단다.

동창모임의 전야제를 한다고 하루 먼저 내려오라는 친구들의 말에

술을 하지 못하는 울 아찌는 오늘 내려 왔지만 어제저녁부터

모인 친구들이 마신 술병들이 쌓여있는것을 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살고 있는 친구들을 위하여 언제든 고향이 그리우면

묵고 갈수 있는 사랑방을 준비해 놓은 그 친구의 고운 마음에

친구란 바로 저런 거구나 하면서 그 친구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니

친구들의 발길에 귀찮기도 하련만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연신 싱글벙글 이다.

그의 아내는 동치미를 양푼가득 담아 오고.......

 

지난 여름 그 친구가 주었다면서 재배한 산딸기를 가져다가 복분자 술을 담가놓고 

그 술만 바라보면 술도 못 먹으면서 흐뭇한 미소를 머금든 남편이

참 좋은 친구를 둔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친구들의 따스한 정을 느낀 하루가 저물어 가고 아쉬워하는 친구부부의

밝고 따스한 모습을 뒤로 하고 우리는 남편친구의 한 겨울의 추위를 녹이고 남을

따스한 사랑을 한아름  가슴에 안고 일상이 기다리고 있는 우리 집을 향하여 달려왔다